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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김진표 “종교인 과세, 준비 후 시행” 주장에 ‘숨은 꼼수’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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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유예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여야 의원 23명이 지난 21일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금년 내 마무리될 수 있다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 시행 무방’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반기까지 국세청 훈령 개정 등 준비사항을 연내 마무리할 수 있다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준비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세청과 각 종교가 협의해 과세기준을 마련할 것, 국세청이 탈세 제보를 교단으로 넘겨 자진납세토록 할 것, 모든 종교인 소득에 근로장려세제(EITC)·자녀장려세제를 적용할 것 등이다.

김 의원은 ‘선의’를 내세웠다.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나 가톨릭 신부들은 세금을 내왔고, 꼼수를 써 세금을 안 낸다는 건 오해라는 얘기다. “종교인 99.9%가 탈세 가능성 없어 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자진 신고가 대부분인데 왜 평지풍파 일으키냐”고도 했다.

“왜곡된 선의를 바로잡기 위해 준비를 잘 해서 과세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의원이 내세운 준비사항은 또다른 논쟁을 불러 종교인 과세를 유예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장 자체에 빈틈이 많을 뿐 아니라 일부 종교에 대한 특혜를 강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김진표 이번엔 '종교기관 세무조사 면제' 주장)

‘(관련기사▶김진표 등 여야 의원, "종교인 과세 2년 더 유예" 법안 발의)

■“교단 자체 조사로 국가·종교 갈등방지”··· “기업 세무조사를 전경련에 맡기는 꼴”

“탈세 관련 제보를 각 교단에 넘겨 국세청과 사전합의한 과세기준에 따라 자진 납부토록 하고,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나 사찰에서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이 한 말이다. 서울의 한 개신교회 ㄱ담임목사가 탈세를 저질렀다고 가정해보자.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국세청은 제보·신고 등으로 확보한 ㄱ목사의 탈세 정보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기독교대한감리회 등 교단에 넘겨야한다. 각 교단은 이를 ㄱ목사에게 통보하고 ㄱ목사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파악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착오든 실수든 세금을 덜 낸 부분이 확인된다면 ㄱ목사는 이를 자진납부한다. “세무공무원이 개별 교회에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ㄱ목사가 내야할 세금이 얼마인지, 자진신고한 세금은 적정한 것인지 국세청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 세무행정 집행을 교단이 틀어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세무조사 금지’라는 표현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지만 세무조사 금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이를 “현대자동차 탈세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조사하라고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종교인 과세를 최전선에서 반대해온 집단이 교단인데 종교인 과세를 전적으로 맡길 수 있냐는 얘기다. 그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권한을 원천봉쇄하고 또다른 성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이미 기타소득으로 불공평한 과세를 만든 것도 문제인데, 국세행정 치외법권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공정한 과세’라는 세법 원칙은 규정 뿐만 아니라 세무행정 집행 강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정리뉴스]'종교인 과세’ 또 미루자?···미룬 지 이미 50년)

■“이단세력이 종단 분열 수단으로 탈세제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김진표

“이단세력이 종교인 과세를 종단 내부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흠집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은 어떨까. 김 의원은 “탈세 관련 제보로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제보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해당 종교단체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국세청에 접수되는 탈세 제보 중 실제 세무조사나 현장확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4건 중 1건에 그친다.

국세청의 탈세 제보 처리절차가 까다롭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탈세 제보를 접수한 뒤 이를 분석해 ‘누적관리’와 ‘과세활용’으로 나눈다. 누적관리는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나중에 정보활용을 위해 보관하는 것이며, 과세활용은 직접적인 세무조사나 현장확인에 들어가는 것이다. 전체 탈세 제보 건수 대비 과세활용의 비율은 2012년 29.8%에서 2014년 25.7%, 2015년 24.4%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공인회계사)는 “탈세 제보가 ‘떠먹여주는 수준’까지 구체적이지 않으면 국세청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를 시작하면 이를 중단하기가 어렵다”며 “탈세 제보로 시작된 세무조사가 단체 신뢰도를 흠집을 낸다는 건 여러모로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혐의를 포착했다는 것이므로, 탈세 제보의 출처나 의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관련기사▶[기자칼럼] 헌금과 세금)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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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세제혜택은 위헌”··· ‘자녀장려세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교는?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속인들도 사업소득자로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는데 1인 사찰 등 유사한 경제생활을 하는 종교인들은 적용받지 않아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신고·납부 방법과 관계없이 모든 종교인 소득에 대해 근로장려세제·자녀장려세제가 적용되야한다”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 하에서도 종교인이 자신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ITC는 저소득 노동자·사업자 가구를 지원해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데 목적이 있는 제도다. 그런 이유로 EITC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만 적용된다. 김 의원이 예로 들었던 무속인들이 EITC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모든 종교인 소득에 적용”을 강조한 것은, ‘기타소득’에도 EITC를 적용해달라는 얘기다. 현행 법 체제 하에서 종교인들은 종교단체에서 받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납부하거나 근로소득으로 납부할 수 있다. EITC를 받고 싶으면 근로소득을 신고하면 되는데, 왜 굳이 기타소득에도 EITC를 적용하길 원할까.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볼 것이냐, 기타소득으로 볼 것이냐 여부는 법 제정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결국 기본적으로 기타소득 처리하되, 종교인이 원할 때 근로소득으로 낼 수 있게 한 것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교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기타소득을 적용할 경우 소득의 50% 이상, 최대 80%까지 필요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필요경비 인정이 상대적으로 관대하기 때문에 과세되지 않는 소득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종교인이 선택적 납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자체를 종교인 특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 의원 스스로도 “종교인 과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필요경비율을 적용해 근로소득보다 세 부담이 평균적으로 적다”고 인정하는 바다.

김 의원의 주장을 놓고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회초리는 안 맞고 당근만 먹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근로장려세제는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도 근로를 장려하고 취업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공공이 실시하는 공적부조”라며 “세금으로 종교인의 포교, 목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근로소득 과세는 회피하고 기타소득을 취해 세 부담을 줄이는 등 혜택을 누리면서 근로장려세제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사설]시민 대변은 않고 기독교 기득권만 대변하는 김진표)

‘(관련기사▶ [장도리]2017년 7월 6일)

‘자녀장려세제’까지 가면 김 의원의 의도는 더 노골적이다. 자녀장려세제는 저소득 근로자·사업자 가구의 양육지원을 위해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5년부터 도입됐다. 자녀장려세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종교인은 누구일까. 종교인 과세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그간 세금을 내온 천주교의 신부·수녀나 불교의 승려는 아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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