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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판사가 검사에 “추가 수사하라”…드러난 우병우 부실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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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슈섹션]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봐주기’ 수사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법정에서 판사가 오히려 검사를 향해 추가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수사에 적극적이어야 할 검찰은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법정 방청객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8차 공판에서 우병우 피고인 측 증인인 문화체육관광부 윤모 전 과장을 불러 신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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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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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좌천된 6명의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씨는 이날 재판에서 앞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 종 전 차관이나 특별감찰반 김모씨와 상당히 다른 진술을 했다.

윤씨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인 김씨와 “작년 1월 단 한차례만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통신조회에서 지난해 9월까지 김씨와 10여차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 휴대폰 통신 내역만 조회했을 뿐 휴대폰 등 증거 압수수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윤씨가 재판에서 ‘단 한번만 통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통화 내역이나 문자 주고 받은 내역이 많다면 통신조회가 아니라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판사가 검찰의 부실 수사를 거론한 것이다.

당시 판사가 “지금 휴정하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하겠습니다. 어떤가요”라고 검찰에 묻자, 검찰 측은 “휴대폰을 임의제출한다고 하니까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을 받고…”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시 “작년 6월에 바꾼 휴대폰은 (확보하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민정수석실 특감반 김모씨와 통화나 문자를 언제 주고 받은 거예요?”라고 물었고, 검찰 측은 “문자 메시지는 작년 6월 이전 것을 확보하긴 해야 합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재판장이 직권으로 발부해주시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답답하다는 듯이 “압수수색의 범위를 (검찰이) 줘야죠. 증인 집이 어디고 어딜 뒤져야 하는지 (재판부는) 모르거든요. (검찰이) 뭘해야 하는지 자료를 줘야 발부해줄 것 아닙니까”라며 되물었다.

수사 의지가 빈약한 검찰과 수사를 촉구하는 재판부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판을 지켜 본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윤씨가 우병우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사건 당사자인데 휴대폰 압수수색 조차 하지 않았다니 도대체 검찰이 무슨 수사를 했다는 건지 납득이 안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아닌 재판부 측이 윤씨에게 “휴대폰을 바꾼 적 있느냐”고 물어 윤씨가 “휴대폰이 싼 것이어서 작년 6월에 버렸다”는 실토를 이끌어냈다.

이에 재판부는 “윤씨가 (오늘) 돌아가면 (버렸다는)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폐기할 우려가 크다”며 법정에서 곧바로 윤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또 윤씨와 김종 전 차관의 증언이 다르게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질 조사를 했느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이 대질 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재판부는 “두 사람을 대질시켜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어떤 의도로 좌천된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세평 자료를 수집했는지가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검찰에 지침도 줬다.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재판장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것 같다며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으면 판사가 나서겠느냐는 반응마저 보였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영장 청구, 기소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부실 수사나 소극적 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우병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수사의 몸통격인 세월호 수사 외압과 관련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진행 중인 문체부 좌천인사 관련 재판은 그에 비하면 지엽적이라는 평마저 나온다.

한편 앞서 우병우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자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찰 측은 “우 전 수석과 가족들 계좌 수십개를 추적하고,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 지금까지 관련자를 60명 넘게 조사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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