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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게 팔아도 빚 못갚는 자영업자 12만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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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한계가구, 일반근로자보다 훨씬 더 위험

"채무조정 필요…스스로 살 길 찾도록 지원해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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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부채 중에서도 위험한 대출이 32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금리까지 상승기에 접어들면, 우리 경제의 주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가구 중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12만1749가구인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소득으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가구 중에서도 자산을 모두 매각해도 부채 전체를 갚기 어려운 가구를 말한다. 빚 갚는 능력을 지칭하는 소득과 자산이 모두 위험한 가구다.

연구원은 연간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가처분소득에서 필수 소비액을 뺀, 쉽게 말해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자영업가구 중에서 자산총액 대비 부채총액 비율인 DTA가 100% 이상인 가구를 한계가구로 추려냈다.

그 결과 DTA가 100%를 넘어 보유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못 갚는 가구는 9만518가구로 나왔다. 자산을 다 처분해도 부채의 절반도 못 갚는 가구(DTA>200%)도 3만1231가구에 달했다. 이 12만 이상 가구가 짊어진 금융부채는 총 32조1294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당 2억6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소득이 가장 낮은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유독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DTA가 200% 이상인 위험가구 중 최저 소득분위인 1분위 가구는 1만8299가구였다.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자영업 가계부채가 얼마나 위험한 지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보면 확연하다. 상용근로가구의 경우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17만6157가구였는데, 이들의 금융부채는 9조2537억원이었다. 가구당 5000만원 남짓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부채 상황은 상용근로가구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들이 보유한 부채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소득 안정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50대 중후반 베이비부머 세대가 예기치 않은 은퇴 후 자영업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는 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큰 폭 상승한 점도 자영업 시장의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한국금융학회장)는 “채무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스스로 살 길을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창업 컨설팅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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