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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트럼프 "아프간 미군 철수?… 생각 바꿨다, 내가 전쟁 끝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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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파병 시사… 러 스캔들·인종주의 논란 일자 정치적 승부수]

"안보 위협 어마어마… 싸워야 이라크 때 철군 실수 반복안해"

오바마 시절 철수 전략 뒤집고 특수부대 포함 4000명 보낼 듯

갈등 빚던 與지도부도 "옳은 결정"

조선일보

러시아 스캔들과 인종차별주의 옹호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철군 전략을 뒤집고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16년 동안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발목 잡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밤 9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전국으로 생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주변 지역에 직면한 안보 위협이 어마어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미국은) 승리 없는 전쟁에 지쳤다. 우리 군대는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다. 승리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내 본능은 (미군) 철수였지만, 백악관 집무실에 앉으면 결정이 달라진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매우 자세히 공부했다"고 했다. 이는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고립주의 성향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개입주의로 돌아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 7월만 해도 아프간 추가 파병 계획에 화를 냈던 트럼프가 결국엔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고립주의를 강조해온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해임했다. 이에 따라 군인 중심 외교·안보팀의 입김이 커지면서,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외 문제에 개입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군사행동을 위한 군인 수와 계획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폭스뉴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 4000명을 추가 파병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파병된 미군은 8400명으로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경찰과 군대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AP통신은 이번 추가 파병에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소속 특수전 요원들이 대거 포함돼 반군 수뇌부 제거와 적 지휘소 기습 작전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시작됐다. 테러의 배후였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간으로 숨어들자, 미국과 나토군이 알카에다 섬멸과 아프간 탈레반 정권 제거를 명분으로 공격을 시작해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을 내쫓고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와해되지 않고 아프간 남부와 파키스탄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버티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세력을 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아프간 영토의 약 37%를 탈레반이 점령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치이다. 탈레반 병력은 약 6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군과 나토군 등 1만4000여 명, 아프간 정규군 35만명이 있지만 탈레반의 게릴라전과 자살 폭탄 테러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밀려난 IS(이슬람국가)도 아프간 동부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미국이 이라크에서 급히 철군하면서 어렵게 얻은 결실을 테러리스트 손에 넘겨주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 IS와 알카에다를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했다. 이라크 조기 철군으로 IS에 세력 확대의 틈을 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 등 주변국에 압박을 가했던 전략을 아프간 문제에도 적용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테러범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수십억달러를 벌고 있다. 아프간 경제 개발 분야에서 우리를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USA투데이 기고문에서 "아프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는 물론, 탈레반도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며 탈레반과 대화할 뜻도 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분열된 공화당을 결집하는 효과를 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현실에 바탕을 둔 대통령의 결정을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했고,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올바른 방향을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영 연합군이 2001년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 탈레반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한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2004년 아프간 새 정부가 수립됐으나, 탈레반은 각종 테러를 일으키며 저항했다. 미국은 2010년 아프간 주둔 병력을 10만명까지 늘렸지만, 탈레반을 뿌리 뽑지는 못했다. 결국 미군 역사상 최장기 전쟁(16년)이 됐다. 미국이 지금껏 아프간에 퍼부은 돈만도 7830억달러(약 888조원)에 달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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