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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액티브+] 노란 체리·사과만한 수박·껍질째 먹는 배… 과일의 맛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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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과일

다양해진 소비자 선호도 겨냥

맛·영양까지 모두 풍부해 인기

농촌선 신품종 개발·재배 확산

주부 이모(58)씨는 이번 여름, 신품종 수박을 처음 구입해보았다. 이씨는 "아이들이 결혼을 하는 등 모두 출가를 해서 집에서 남편과 둘이 먹기에 기존 수박의 절반 크기인 미니수박이 딱 적당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45)씨도 "수박을 좋아하는 가족들 때문에 10㎏짜리 수박을 이고 지고 오느라 애를 먹곤 했다. 혹이라도 무른 수박을 잘못 사온 날에는 가족들 누구도 잘 먹지 않아 결국 돈 주고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 속상했는데 앞으로는 애플수박만 사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 기능성, 간편성, 다양성 반영한 신품종 과일 등장해

자고로 수박은 크고 속이 빨간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올 여름, 자그마하거나 속이 노란 수박이 나와 화제를 일으켰다. 이와 같은 과일의 변신은 수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과만한 사이즈여서 이름 붙여진 애플수박 외에도 '노란색 체리', '털이 난 자두' 등 기존 과일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이색과일들이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과일 소비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과, 배, 감귤, 포도 등 국민과일로 통하는 국산과일의 소비는 점차 줄었고 바나나, 망고, 체리 등 수입 과일과 복숭아, 자두 등 기타 과일 품목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에 따라 수입 과일의 평균 구매 가격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건강과 다이어트 등으로 기능성이 부각된 과일 섭취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거기다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이색과일의 등장도 과일 소비에 한 몫 했다.

과일소믈리에 조향란 올프레쉬 대표는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과일 자급률은 현재 76.1%로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과일 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는 과일을 내놓고 있다. 친환경 재배는 물론 건강 기능성, 간편성, 다양성 등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다양한 형태의 이색적인 과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색과일 선두주자, 어떤 것이 있나?

최근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도 이러한 세계적인 과일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신품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살구의 달콤한 맛과 자두의 향기로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플럼코트',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 '조이스킨', 탁구공 크기만 한 아기자기한 사과 '루비에스'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특히 플럼코트는 살구와 자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한 품종으로 겉면에 미세한 털이 붙어 있다.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자두의 3.8배, 살구의 1.6배이며 피부 건강에 좋은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자두처럼 상큼하고 살구처럼 달콤한 맛으로, 플럼코트는 이색과일계에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조향란 대표는 "국내 플럼코트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것은 미국산 '레드벨벳'과 일본산 '홍천간'이다. 그런데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된 신품종 플럼코트 4종류, 하모니, 티파니, 심포니, 샤이니를 개발해 현재 국내 플럼코트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2012년, 국내 개발 플럼코트의 점유율은 5%에 지나지 않았는데 2015년 92%로 높아졌으며, 재배면적 또한 2012년 20ha에서 2016년 150ha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주에서 체리와 자두를 교잡해 만든 신품종으로 과육의 크기는 자두와 비슷하나 색깔은 체리처럼 검붉은 '나디아자두', 일명 체리자두도 있다. 이는 2011년 국가 주도 수출전략품종으로 선정돼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안성과 거창에서 재배하고 있다.

◇트렌드에 발맞춰 농촌도 新 바람몰이 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3만㏊를 넘어섰던 수박 재배면적이 지난해 1만2171ha까지 줄어들었으며, 수박 1인당 소비량도 2000년 19.6㎏에서 2016년에는 9.6㎏까지 급감했다고 한다.

창원에서 참수박농장을 운영하는 박영길 씨는 "20년간 수박 농사만 해왔는데 몇 해 전부터 기존 대과 수박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1년간 전국을 다니며 벤치마킹을 해 2016년부터 신품종 재배를 시작했다. 3년 전만 해도 애플수박 등을 재배하는 집이 전국적으로 2~3곳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최근 우리 농장에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온 사람만 해도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 농장의 대과 생산은 70%, 애플수박 등 소과 생산은 30% 비율로 박씨는 향후 소과 생산율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수박은 1.5㎏ 기준 9000원 정도로 기존 과일과 비교해볼 때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하나를 먹더라도 '간편하고 맛있게' 섭취하고 싶은 요즘 사람들의 심리에 이색과일이 통한 듯하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더해져 지적인 설계가 가능한 스마트육종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일보

체리는 빨갛다? 노란색 체리, 레이니어./Depositphoto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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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블랙망고수박./Depositphoto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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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와 자두를 교잡해 만든 나디아자두./Depositphotos 제공


[황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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