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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도 홀린 ‘해를 먹은 달’ … 한국선 2035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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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99년 만의 서 → 동 횡단 개기일식

93분 암흑쇼에 전 국민 빠져들어

생산성 저하 8000억 손실 분석도

한국은 고종 때 1887년이 마지막

99년 만에 미 대륙을 관통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가 3억 미국인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일식(日蝕·solar eclipse)이란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일렬로 위치하면서 해가 가리는 현상. 태양빛이 전체적으로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미 서부 태평양 연안 오리건 주에서 시작된 건 21일 오전 10시 15분(현지시간, 한국은 22일 오전 2시 15분)이다. 이후 1시간 33분 동안 ‘해를 덮은 달’이 아이다호·와이오밍·네브래스카·캔자스·미주리·일리노이·켄터키·테네시·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4개 주로 이어졌다. 이번 개기일식은 서에서 동으로 4200㎞에 걸친 지역을 시속 3380㎞로 빠르게 통과해 각 지역별 관찰시간은 약 2분30초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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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에서 천지가 암흑으로 덮인 가운데 태양 표면의 코로나만 빛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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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개기일식이 있었던 것은 1979년이 마지막이다. 특히 양쪽 해안선에 걸쳐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개기일식은 1918년 6월 8일 이후 99년 만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4개 주 외에 알래스카주 남부 앵커리지에서도 부분일식이 관찰되는 등 미국 50개 주 전체가 일식 영향권에 있었다고 전했다. 켄터키 주 동물원 등에선 개기일식이 임박하자 조류와 곤충류가 쉴 새 없이 울음소리를 내는 등 이상행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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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은 해와 지구 사이에 달이 일렬로 위치하면서 해를 가리는 현상이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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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첨단 자본주의와 과학 선진국답게 이번 일식 현상을 절호의 과학 연구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전국적 축제로 만들어 냈다. CNN·NBC 등 주요 방송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생중계로 시시각각 ‘세기의 암흑쇼’를 전했다. NASA는 태양 표면의 코로나 현상 등을 관찰하기 위해 초음속 제트기를 두 대 띄워 개기일식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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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도 멜라니아 여사(왼쪽), 아들 배런과 함께 백악관에서 일식을 관찰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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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소재 구인구직 관련 기업인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GC)’사는 이번 자연현상을 관찰하느라 미 전역에서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총 6억9400만 달러(약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상 손실액은 18세 이상 노동자 수에 개인당 약 20분 가량의 ‘관측 시간’을 곱한 숫자다.

한국도 미국의 개기일식 관찰에 끼어들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에 개기일식 원정 관측단을 파견했다. 천문연구원 조경석 우주과학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식 관측을 통해 우리가 개발 중인 태양 연구를 위한 코로나그래프의 성능을 시험했다”고 말했다. 개인천문대인 호빔천문대를 운영하는 아마추어 천문관측가 황인준씨도 아이다호 남동부 아이다호 폴스에서 개기일식을 경험한 뒤 “일생 동안 다시 보기 힘든 멋진 광경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마지막 개기일식은 조선 고종 24년인 1887년 8월 19일이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일식이 있었지만 모두 부분일식에 그쳤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18년 뒤인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쯤 북한 평양 지역과 강원도 일부에선 개기일식이, 서울에선 부분일식이 관측 가능하다.

강혜란·최준호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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