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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공동조사 없인 개정 없다" 미국에 공넘긴 김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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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정 협상 개시" 압박에 "무역적자 원인 분석하자" 역제안… "협상 장기화 가능성" 관측도]

머니투데이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첫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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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 여부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던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합의 도출 없이 종료됐다. 한·미 FTA에 대한 협상 카드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점은 성과로 분석된다.

미국 측은 협상 내내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조속한 개정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객관적 효과 분석 없이 개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미국 측에 공을 넘긴 셈. 양국간 합의 없이는 개정·수정이 불가능한 한·미 FTA 특성상 ‘전초전’은 우리 측이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읽힌다.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특별 공동위에서는 오전 8시10분부터 오후 4시15분까지 8시간동안 한·미 양국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이번 회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서한을 보내 ‘특별 공동위를 열어 FTA 개정·수정 가능성을 검토하자’고 요청한지 42일 만에 열렸다.

양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영상회의를 진행했는데 한·미 통상 수장이 FTA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위에서 미국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우리 측을 압박했다. 명목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의 누적된 상품수지 적자였다. 자동차의 경우 원산지 검증 등 FTA 이행 부문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단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의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가 2배 확대됐다는 게 미국 측의 주된 주장”이라며 “절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깜짝 카드’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 FTA 폐기나 쌀·쇠고기 시장 개방 등을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측의 공세에 맞서 우리가 꺼내 든 반격의 카드는 ‘FTA 효과 분석’이다.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한·미 FTA 때문인지 공동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먼저 양국 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면서도 “(답변이 오기 전 실무협상을 진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통상전문가들은 논리적으로나 관례적으로나 우리 측이 협상논리가 더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공동연구 제안은 FTA가 미국의 일방적인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객곽관으로 증명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서비스 수지의 경우 미국이 훨씬 이득을 봤고 수출 증가율도 미국이 더 높다는 점을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좋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위를 계기로 한·미 FTA 개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정문 22조7항에 따르면 협정 개정·수정을 위해서는 당사국(한·미)간 합의가 필수적인데 공동연구 등으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USTR이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 1순위 과제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3주 간격으로 진행하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 양측은 이날 다음 협상 일정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한·미 FTA 개정 제안에 대해서 우리 측은 동의하지 않았다”며 “양자합의가 있어야만 개정 협상 출범도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동위를 계기로 양측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철강 분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되 협상 장기화도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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