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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싱글, 산업을 접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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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소포장, 소분 전용 라인 설치

편의점이 1인 가구의 소비 플랫폼

마트, 백화점, 식품사 일제히 간편식

소형 아파트 거래 늘고 청약 몰려

중앙일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문을 연 1인 가구 전문 간편식 매장 '롯데 프리지아' 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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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는 17일 서초구 반포동에 냉동식품 전문점 ‘롯데 프리지아’ 1호점을 열었다. 인근 20~40대 1인 가구를 겨냥한 점포다. 일반 신선식품, 즉석 조리식품과 함께 ‘냉동 달팽이 요리’와 같은 독특한 제품 1200여 종을 판다. 매장은 싱글의 생활 패턴에 최적화돼 있다. 제품은 모두 1~2인분이고 애피타이저부터 메인식사, 디저트를 한꺼번에 살 수 있다. 매장에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시장 바구니를 귀찮아하는 사람을 위해 대여 서비스도 한다.

1인 가구 증가가 경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 평균(73.6%)보다 높다. 지갑을 쉽게 여는 독신의 증가에 힘입어 2006년 16조원이던 1인 가구 소비액은 2015년 86조원으로 늘었고, 2030년에는 194조원으로 뛸 전망이다.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 집단이 된 것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업계가 가장 먼저 웃었다. 편의점 3사 매출은 지난해 약 2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늘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고전 속에서 홀로 성장한 것이다. 편의점은 1인 가구의 간단한 먹거리를 조달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기를 설치하고, 택배 서비스, 세탁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에 따라 물품 보관대를 설치하거나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 룸, 옷을 갈아입는 피팅룸, 휴게실 등을 만들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 업체는 1인 가구를 잡기 위한 간편식 전쟁을 치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같은 식품 회사는 물론 과자나 라면·음료 중심이었던 농심ㆍ오리온ㆍ한국야쿠르트도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불닭이나 갈비·곱창·족발처럼 간편식으로 상상하기 힘들었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0년 7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작은 아파트가 상한가다.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물론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은 68만9091건으로 2015년(80만8486건)보다 14.8% 줄었다. 하지만 전용 40㎡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15년 6.8%(5만5155건)에서 지난해 7%(4만8124건)로 늘었다.

아파트 단지별 최고 청약 경쟁률은 소형 아파트 차지인 경우가 많다. 2015년 분양한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전용 39㎡는 4가구 모집에 1338명이 몰려 3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평균 경쟁률(34대 1)의 10배 수준이었다.

가격 상승률은 소형 아파트가 중소형ㆍ대형 아파트를 웃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2016년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737만원에서 926만원으로 26% 올랐다. 같은 기간 중소·대형 아파트는 각각 17%, 2% 오르는데 그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향후 10년간 주거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 규모 축소다. 소형 주택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 동물 산업도 팽창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단점인 외로움을 달래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반려동물 사육 가구는 21.8%(457만 가구)로 2012년 대비 3.9%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엔 1조8000억원, 2020년 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영선· 김기환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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