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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장 직전에만 반짝 실적…무책임한 '장밋빛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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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심사청구하고 상장완료 기업 중 실적성장 40% 불과…'실적 포장' 눈여겨봐야]

'최고 실적일 때 상장한다'는 IPO(기업공개) 업계에서 나도는 속설이 사실로 입증됐다. 지난해 상장된 기업 중 올 들어 실적이 좋아진 회사는 10곳 중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 과정에서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내놓는 '장밋빛 전망'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 절차를 완료한 기업 54개(스팩, 재상장·이전상장, 전기 실적 미기재 제외)의 연결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성장한 회사는 22개로 집계됐다. 40.7%의 비중이다.

머니투데이

2016년 상장을 추진한 기업은 주로 사업보고서가 확정된 2015년 실적이나 2016년 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책정 등 공모 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공모 과정에서 다양한 성장 전략과 향후 실적 전망을 공개한다.

하지만 공모 과정에서 "올해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히는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을 마친 기업들의 올해 공개된 지난해 실적은 '장밋빛 전망'과 어긋났다.

54개 기업 중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전년대비 모두 증가한 회사는 22개에 그쳤다. 60%에 가까운 32개 회사가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중 한 가지 지표가 악화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순이익 중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12개로, 22.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9개 기업은 2015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6년 적자로 전환했다. 3개 회사는 적자가 이어졌다.

지엘팜텍, 셀바스헬스케어, 넵튠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전환했고, 로고스바이오와 신라젠은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 폭이 전년대비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기업이 상장할 때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밝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 투자자는 IPO 기업이 외부에 밝히는 실적에 현혹돼선 안 된다"며 "실제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과 관련된 전방산업의 성장성 및 안정성, 기술 경쟁력, 시장 환경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상장 준비기업, 실적 '마사지' 시작? = 최근 공모주 시장이 뜨거워진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의 실적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 책정의 토대가 되는 지난해 및 올해 반기 실적을 최대한 좋게 포장하려는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최근 IPO 시장에서 상장을 앞두고 실적이 크게 좋아진 대표적인 사례로 한진칼의 자회사인 진에어가 꼽힌다. 진에어는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상반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진에어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3% 성장한 4239억원, 영업이익은 132.5% 늘어난 46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6.2%에서 올 상반기 11.0%로 4.8%포인트나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항공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2분기에 좋은 실적을 올린데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매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비 비중이 동일한 상황에서 영업이익률이 좋아진 것은 다른 비용을 통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용을 이번 분기에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5년 제주항공이 상장할 때 기준이 됐던 상반기 실적이 좋았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상장심사의 기준이 된 2015년 상반기에 10.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률 1.8%보다 8.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리나 상장 직후인 이듬해인 2016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4.8%로 급락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간판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국내외에서 잇따라 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연초에 매년 한 번만 열던 콘서트를 연말에도 한 번 더 진행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무리하게 실적을 관리하게 되면 후폭풍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김명룡 기자 dra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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