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단독] “빨간 라벨 받기 까다로워”…프랑스 믿고 먹는 ‘안심 계란’ 비결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프랑스 닭 사육농가 중 레드라벨을 포기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기준도 까다롭고 검사가 정말 많거든요. 이번처럼 ‘살충제 계란 파동’이 나도 계속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평소에 어쩔 수 없습니다.”

국가원산지품질관리기관(INAO)과 함께 ‘빨간 라벨(Rouge Label)’을 발급, 관리하는 프랑스 가금류 품질 라벨 협회(Synalaf) 에릭 까샹 회장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빨간 라벨은 1965년 농장 조합들이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만든 친환경 식품 인증 라벨이다. 빨간라벨은 전체 소비되는 계란의 15% 정도를 차지하며 판매량은 매년 2~3% 늘고 있다.

2004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레드라벨을 받으려면 모든 닭은 낮이든 밤이든 자유로운 방목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활동량, 빛을 보느냐에 따라 계란 품질 차이가 크며 닭을 방목하는 건 환경과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키운다고 다 레드라벨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외에 닭 한 마리당 5㎡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먹이는 50% 이상 곡물을 써야 하며, 하루에 최소 두 번 계란을 수집하고, 최대 4일 내에 부화부터 포장까지 이뤄져야 한다.

빨간 라벨은 국가기관인 INAO에서 단일 창구로 발급한다. 철저한 관리를 위해서다. 품질 검사는 여러 단계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에릭 까샹 회장은 “빨간 레벨의 기준도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에게 제시한 유기농 달걀 기준에 전혀 모자람이 없지만 세 단계로 이뤄지는 관리는 오히려 더 철저하다”고 말했다.

각 농장들은 의무적으로 위생 담당 수의사를 국가에 신고해야 한다. 매년 두 차례 그 수의사는 위생 결과를 신고해야 한다. 두 번째로 협회의 관리를 받는다. 사육 부화 유통 포장 식품 제조까지 모든 것을 협회의 통제 하에 관리를 받는다.

동아일보

에릭까샹 프랑스 가금류협회 회장


마지막은 INAO에 의해 승인받은 독립적인 전문가 관리원들이 매달 한 차례 짝을 지어 레드 라벨 검사표에 따라 각 농장을 검사한다. 그는 “관리원들은 농장이 손을 쓸 수 없게 불시에 방문한다. 소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전역에 바이오 계란 농장과 레드라벨 계란 농장이 각각 400개 씩 정도 있는데, 품질 관리하는 관리원만 400명에 이른다. 단지 눈으로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닭의 먹이 깃털 계란 등을 모두 수거해와 정밀 분석에 착수한다. 그 검사비는 검사를 받는 농장에서 낸다. 그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세 번 규율을 어기면 삼진 아웃제로 라벨을 박탈당한다.

빨간라벨이 중시여기는 건 소비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통기한이나 생산지역 뿐 아니라 빨간 라벨이 붙은 계란은 승인번호와 농장 자격 번호를 계란마다 적시해 추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에릭 까샹 회장은 “유럽연합이 15년 전 계란 한알 한알마다 생산국가와 함께 닭의 사육방법을 적도록 한 건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어디서 온 닭인지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 키워진 닭인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충고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