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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 고위장성들이 밝힌 '외교가 주동력, 군사는 뒷받침' 메시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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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군사작전을 책임지는 미 고위장성들이 22일 오산 미군기지에서 밝힌 메지지는 양면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해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필요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군사적 옵션의 사용도 가능하다는 경고도 함께 보낸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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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공군 중장) 등 미군 고위 장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들 미 고위장성들은 이날 외교와 국방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국방 분야 두 날개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도 “외교가 주된 동력(main battery)이고, 국방 분야가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존 매케인함 사고로 인한 이지스구축함 작전 중단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태세가 돼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 보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와 함께 군사적 옵션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갖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미국이 지역 방어를 못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은 언제든지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한 장소가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 발사대 2기 앞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뼈있는 경고도 나왔다. 브룩스 사령관은 “우린 군인으로서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적 노력이 좌절될 경우 언제든지 참수작전과 같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옵션도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군 수뇌부에 주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브룩스 사령관은 또 “북한의 위협은 실질적으로 치명적이지만 우리가 대응할 때 북한도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앞서 서울 인근 한·미연합사령부 지하 벙커(캠프 탱고)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참관했다.

태평양 작전 지역을 관할하는 해리스 사령관은 미군 전력을 한반도로 신속하게 증원하는 역할을 맡고, 하이튼 사령관은 해리스 사령관의 요청을 받아 장거리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전략무기를 전개하는 결정 권한이 있다. 그리브스 청장은 미사일방어 전력 증원을 관장한다.

해리스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헬기에 올라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방문했다.

이들의 사드 기지 방문은 발사대 4기의 기지 추가 반입을 포함한 사드의 완전 배치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경북 왜관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의 성주 기지 임시배치를 추진 중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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