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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낙태 전면금지서 전진…칠레, 부분 합법화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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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전면 금지하던 칠레 "투쟁 끝 쾌거"

산모·태아 위험, 성폭행 임신 한해 허용

뉴스1

칠레의 낙태 선택권 지지 단체가 21일(현지시간) 헌법재판소 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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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낙태를 전면 금지해오던 칠레에서 21일(현지시간) 제한된 경우에 한해 낙태가 허용됐다.

칠레 여성들이 28년 전 잃어버린 권리가 부활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칠레 헌법재판소는 이날 찬성 6표 대 반대 4표로 낙태 부분 합법화를 막아야 한다며 보수 진영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이달 초 칠레 의회는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에 따른 임신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의회 과반의 찬성표를 획득했으며 시민 사회로부터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보수 정당들은 법이 헌법의 '태아 보호' 규정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2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날 2건의 헌법소원 모두를 기각했다. 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은 진보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된다. 당초 이번 낙태 허용법은 미첼레트 정부가 추진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관용이 이겼다"며 헌재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모든 여성이 자신의 가치, 종교, 원칙, 실제 환경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긴 싸움이었다. 민주주의와 대화라는 무기로 싸웠으며 수백명의 여성들로 하여금 고통을 경감할 수 없도록 한 장애물과 편견을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다음 해 3월 이전까지 법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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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부분 합법화 판결에 환호하는 칠레인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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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바깥을 둘러싼 칠레인들은 판결에 환호했다. 일부 여성단체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통령궁으로 행진했다.

지난 2008년 낙태를 거절당하는 바람에 질병이 발견된 아들을 출산, 불과 2년 만에 아들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다는 카렌 에스핀돌라는 "법원이 민주주의를 존중한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라며 "이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여성들이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칠레 가톨릭 협회는 반발했다. 이들은 낙태 부분 허용이 "우리 시민들의 양심과 공통선을 저해한다"면서 "아직 태어나지 못한 생명이 국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시민인 록산나 란달루체도 "역사의 오점이다. 그들이 방금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을 합법화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칠레는 낙태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전 세계에서 얼마 되지 않는 국가에 속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낙태 전면 금지국은 미주에서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3개국으로 줄었다.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끝나가던 1989년 낙태 전면 금지를 실시했다. 이전까지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나 태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을 때 낙태를 허용했다.

국제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여성의 선택권은 점진적으로 진보해왔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단체 재생산권센터(CRR)는 이 기간에 총 35개국이 낙태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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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헌재의 낙태 부분 합법화 판결 이전까지 낙태 허용국 현황.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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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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