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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런던 상징 빅벤 2021년까지 ‘침묵’에 영국 대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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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런던 랜드마크 장기 수리로 4년간 종소리 못 들어

마지막 종소리 듣기 위해 수백명 운집, 아쉬움 표해

“브렉시트 불안감이 빅벤에 표출된 것”



한겨레

런던의 랜드마크 빅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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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이자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웨스트민스터 북쪽 끝 시계탑 빅벤(엘리자베스 타워)이 4년간 장기 수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계종을 치지 않기로 하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낮 12시 당분간 들을 수 없는 빅벤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의사당 뜰에 모인 의원들과 시민 수백명은 환호하고, 심지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마지막 종소리’는 티브이(TV)로 생중계 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잔잔하게 울려 퍼진 종소리를 시민들은 스마트폰에 담아 간직했다.

1859년 건축된 빅벤은 157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 매년 관광객 1만2000명이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빅벤은 15분마다 종을 쳐 시간을 알려왔다. 수년 전부터 지붕이 부식되고 내부 누수가 발견되는 등 노후화에 따른 문제들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4월 영국 의회는 2900만파운드(약 424억원)를 들여 내부에 비상용 리프트를 설치하고 시곗바늘과 추를 보강하는 등 보수 작업을 실시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수리에 들어가면 타종이 수개월간 멈출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최근 2021년까지 4년이나 이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 2차 세계대전때도 멈추지 않았던 빅벤을 4년이나 ‘침묵’시켜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코너 번스 보수당 의원은 “타종을 멈춘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하원위원회가 독일 공군도 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쟁 중에도 이어져 온 타종을 고작 보수공사 때문에 중단하는 것이 황당하다는 것이다. <데일리 메일>은 “히틀러도 멈추지 못한 빅벤을 ‘의료안전 규정’이 해냈다”고 비꼬았다.

의원들 일부는 의회가 빅벤의 보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종을 울리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스티븐 파운드 노동당 의원은 “빅벤은 안정과 지속성을 상징한다. (종이 울리지 않는다면)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마지막 종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이절 에번스 보수당 의원은 “빅벤은 영국의 상징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상징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지난 16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종소리를 중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국가적 재난이나 재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종을 울리는 기본 기능에는 사실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종소리를 멈추기로 한 것은 공사를 담당하는 인부들의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빅벤의 종소리는 118㏈로 기차나 자동차 경적음과 비슷한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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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랜드마크 빅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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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벤 종소리가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잠시 중단된 적도 있고, 보수 작업에 들어갔던 1983년에도 2년간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빅벤을 향한 애착의 표출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향한 불안감과 겹쳐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빅벤은 과거 대영제국 영광의 정점에서 지어진 이 구조물로 그 시대 영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을 상징한다”며 “이는 불안의 문제”라고 적었다. <텔레그래프>는 “자유와 법치라는 전통에 뿌리를 둔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이 필요한 때”라고 상황을 해석했다.

이 때문인지 일부 의원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2019년 3월29일부터라도 의미를 담아 다시 빅벤을 타종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새해나 주요 국경일에 수동 방식을 사용해서라도 종을 치자는 주장도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빅벤의 마지막 타종 현장에서 만난 시민 조지 메이저(80)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기자에게 “빅벤은 중요하다. 우리 역사의 일부”라며 “내게 해결책이 있다. 나같이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을 수리공으로 받아라. 나도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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