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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도네시아에서는 비둘기가 이혼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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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유행하는 비둘기 경주에 빠져 가정에 소홀히 한 남성들이 이혼 소송을 당하고 있다. B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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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비둘기 경주 때문에 이혼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 BBC는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자카르타 포스트를 인용해 자바 섬 푸르발링가(Purbalingga) 지역에서 7월 한달 사이 무려 90건의 이혼 신청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한달 전인 6월의 13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법원 사무원 누어 아플라(Nur Aflah)에 따르면 이혼 신청자 대부분은 최근 유행하는 비둘기 경주에 빠진 남성들의 아내들이라고 합니다. 비둘기 경주 우승 상금에 눈이 먼 남성들이 가정은 돌보지 않은 채 경주용 비둘기 사육에 빠져버리자 화가 난 여성들이 이혼을 신청한 것입니다.

푸르발링가에서는 대부분의 남성이 무직 상태이며 여성들이 노동을 해 가족을 부양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은 일을 하는 대신 '비둘기 조종사'로 불리는 사육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둘기 경주는 경제적 어려움만 불렀습니다. 심지어 한 여성은 남편이 가끔 상금으로 받은 돈을 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담뱃값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비둘기에 매달려 있느라 가정은 돌보지 않았다면 아내가 이혼을 결심해도 이상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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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2,500m 비둘기 경주.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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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때 비둘기 경주가 성행했던 인도의 경우 지금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현지 매체인 힌두교 신문에 따르면 인도 남동부 지역의 안드라 프라데시(Andhra Pradesh) 지방 주민들은 수 세기 동안 전통으로 내려온 비둘기 경주 대신 현대적인 형태의 오락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습니다. 비둘기 사육이나 경주에 대한 관심이 감소했고, 참가자가 계속 줄어들면서 경주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한 전직 조종사는 "비둘기 경주는 수년간 그 인기를 잃었다. 열정적인 비둘기 조종사를 찾을 수 없어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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