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고무줄처럼 늘리고 줄이고" 벽돌로 만든 특별한 집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⑤ 대비로 벽돌의 특성을 극대화하다

조성익 홍익대학교 교수는 광주다락집(2014년), 능동하늘집(2015년), 0914 플래그십 스토어(2016년),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2016년) 등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크기의 이형(異形) 벽돌과 서로 다른 색의 벽돌을 병치해 은은하면서도 때론 강렬한 벽돌의 대비를 만들어 낸다. 그는 점묘화를 그리듯이 벽돌로 하나의 덩어리감을 만들어 조형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조 교수를 만나 벽돌에 관해 물었다

조선일보

광주다락집(2015년)은 줄눈을 벽돌 밖으로 드러내 벽돌에 음영을 주기보다는 자체의 덩어리감을 강조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다락집 건축개요
설계: 조성익
위치: 광주광역시 남구
대지면적: 310.7㎡
연면적: 205.51㎡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벽돌 위 모르타르+징크
완공: 2015년 2월
사진: TRU

-주택 작업을 주로 했다. 몇 가지 벽돌 작업이 눈에 띈다.
“최근 작업한 경기도 성남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은 붉은 벽돌과 콘크리트 벽돌 두 개의 색을 사용했다. 건물 하부와 내부로 들어가는 공간은 붉은 벽돌을, 건물 외부와 상부는 콘크리트 벽돌을 각각 사용했다. 능동하늘집은 벽돌로 특별하게 디자인했다. 하부의 근린생활시설과 상부의 주택을 대조시켜 보여줬다. 주택의 상부는 붉은 벽돌을 사용했는데 세로 줄눈을 없애고 가로 패턴을 굵게 보이게 해 마치 줄무늬가 쌓여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다락집은 내민 줄눈을 변형했다. 보통 벽돌을 인식하는 것은 벽돌과 벽돌 사이에 들어간 줄눈의 그림자 때문이다. 그러나 다락집에서는 반대로 줄눈을 밖으로 뽑아내 뭉개서 벽돌과 줄눈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했다. 상업 건물로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0914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0914의 외장은 조적 방식이 아닌 벽돌에 구멍을 뚫어 매다는 기법을 사용했다. 대리석의 매끈함과 벽돌의 질감을 대비해 벽돌의 따뜻함을 돋보이게 했다. 벽돌의 색깔, 위치, 줄눈을 대비해 벽돌의 질감을 극대화한 것이 포인트다.”

-벽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크게 기능과 미(美)다. 기능 면에선 주택에 사용되는 벽돌은 외단열재가 된다는 점에서 뛰어난 재료다. 외피와 내부 골조 사이에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벽돌을 쌓으면 스스로 서있는 힘이 있어 공기층이 있는 외투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가 돼 단열에 유리하다. 다른 재료는 시공자의 능력에 의해 품질이 좌우된다. 하지만 벽돌은 로우테크엔지니어(low technology engineer)로 시공자의 역량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조형 측면에서 작은 줄눈으로 덩어리감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벽돌만으로 조형의 일체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줄눈에 대한 실험을 통해 덩어리감을 만든다. 광주다락집처럼 줄눈을 크게 만들어 줄눈과 벽돌 표면의 비율을 5대 5로 하면 ‘재료의 주인공’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벽돌은 덩어리가 작아 돌처럼 개별 조합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벽돌은 매력적이다.”

조선일보

능동하늘집(2015년)은 주택의 상부에 세로 줄눈을 없애고 가로 줄눈을 굵게해 벽돌을 쌓아 줄무늬가 쌓여있는 듯 보이도록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능동하늘집 건축개요
설계: 조성익
위치: 서울시 광진구 능동
대지면적: 444.6㎡
연면적: 1,231.49㎡
규모: 지상 6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백색페인트, 붉은벽돌
완공: 2015년 3월
사진: TRU
조선일보

0914 플래그십 스토어(2016년)는 대리석의 매끈한 질감과 벽돌의 질감을 대비해 벽돌의 따뜻함을 돋보이게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0914 플래그십 스토어 건축개요
설계: 조성익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대지면적: 555.6㎡
연면적: 2376.7㎡
규모: 지상 4층, 지하 5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라임스톤. 벽돌
완공: 2015년 10월
사진: TRU, 박영채

-벽돌의 물성 중 주로 어떤 부분을 보면서 선택하고 관심을 두나?
“‘줌 인(zoom in)과 줌 아웃(zoom out)’을 생각한다. 조적은 벽돌의 물성으로 생기는데, 점묘화처럼 줌 인과 줌 아웃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락집은 패턴이 아닌 덩어리로 보이게 하기 위해 벽돌색과 유사한 모르타르를 사용했다. 줌 아웃을 했을 땐 회벽을 바른 흰 벽처럼 보였다가 줌 인을 하면 이형벽돌이 보이며 기존의 비례감을 깨뜨린다. 지난 여름 이탈리아에서 로만벽돌을 봤는데 모르타르와 벽돌의 비율이 6대 4이다 보니 덩어리감이 강했다. 조적된 벽돌의 표면을 평면화하고 그림자를 없애면 느낌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주로 제작되는 벽돌에 아쉬움은 없나?
“벽돌의 팔레트를 늘려 색깔을 다양하게 만들고 여러 색의 조합을 시도하고 싶다. 벽돌을 다양하게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막상 업체를 조사하다 보면 어렵다. 새로운 벽돌을 만들려면 가마를 한 번 돌릴만한 대규모 물량을 주문해야 한다. 몇몇 건축가들은 이런 갈증을 시멘트블록으로 해소하기도 한다. 건축가가 원하는 벽돌의 색이 우리나라의 흙으로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최근 영롱쌓기나 들여쌓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젠 식상하다. 나는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벽돌을 쓰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벽돌이 새로운 재료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을까?
“먼저 벽돌은 치장재 이후로 또 다른 제2의 전성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 외에 블록의 시대도 올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은 레고를 쌓듯 조립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벽돌보다 크기가 커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질 것이다. 예전에 토마건축의 민규암 소장이 생각 속의 집 등 블록을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회색 블록의 느낌은 마치 침묵하는 듯 보인다. 치장재로 사용된 벽돌은 스스로 서있지 못하지만 철근을 넣으면 설 수 있듯이 다른 대안 또한 있을 것이라고 본다.

벽돌을 내부에 적극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벽돌을 내장에 쓸 때는 재료의 장점이 단점이 된다. 내부에 벽돌을 사용할 때는 쌓기와 구조재의 기능이 아닌 치장재로 공간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얇게 잘라 사용한다. 하지만 벽돌과 얇게 켠 벽돌의 중간쯤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스스로 약 2m까지 설 수 있는 프리스탠딩의 능력을 지닌 벽돌은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벽돌 표면으로부터 떨어지는 부스럼이나 먼지를 해결한다면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유약을 어떻게 바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

조성익 홍익대 교수


조성익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는 서울대학교, 예일대학교 대학원를 거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를 받았다. 뉴욕 SOM 설계사무소에서 초고층 타워 및 오피스 건물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10년 TRU 건축사사무소를 열고 건축의 창의적 기획 및 실행에 관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심영규 건축PD]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