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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발뺌하는 국정원 여직원 “오유 게시글 찬반 클릭은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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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사진)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글에 찬성(추천)·반대를 클릭한 것은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상황이었다”고 발뺌 증언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6) 판결에서 이미 정치관여 행위로 인정된 것을 김씨만 모르쇠로 답변한 것이다.

김씨는 오유 운영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고소했지만 정작 오유 아이디를 만들 때는 신분을 숨기려고 무선인터넷이 되는 카페에서 야후·지메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명선아 판사 심리로 진행된 오유 운영자 이모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공개로 신문을 받으며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는 2012년 말 국정원이 대선 개입 댓글 활동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로 찾아가 만나려고 했던 당사자다. 이씨는 김씨 것으로 추정되는 오유 아이디가 포함된 게시글 링크를 수사기관과 언론사에 넘겼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시종일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부정했다. 자신의 댓글 활동은 “대북 사이버 심리전이었다”며 “게시글을 올리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특히 오유 게시글에 찬반 클릭한 행위는 “테스트 차원이었다”고 했다. 테스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김씨는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특정 게시글을 밀어내거나 상위권으로 올리려고 확인해본 것 아니냐는 이씨 측 변호인 질문에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또 김씨는 오유 아이디 11개를 혼자 만들었고 상급자나 동료 파트원에게 알려준 적이 없으며, 서로 정확하게 누가 어떤 아이디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원 전 원장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가 김씨가 소속돼 있던 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에 대해 “2012년 8월 말경 파트장 이모씨의 지시에 따라 오유에서 찬반 클릭을 시작했다”며 “파트장과 파트원들은 함께 시사게시판 등에서 하나의 게시글에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하면서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거나 추천 클릭을 많이 해 베스트 게시판에 올리는 활동을 했다”고 인정한 것과 배치된다.

당시 재판부 분석 결과 대통령·여당 비판 글엔 반대, 야당 비판 글엔 찬성(추천)을 일관되게 클릭한 흐름도 나왔다. 이씨 측 변호인은 김씨에게 “김씨가 반대를 클릭하면 김씨와 같이 활동하는 아이디들이 따라붙어서 반대를 눌러주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우연의 일치냐”고 물었지만 김씨는 모른다고 했다.

정작 김씨는 자신의 노트북에서 발견돼 원 전 원장 사건의 주요 증거로도 사용된 메모장 파일에 기재돼 있는 IP나 ‘외부용’이라는 단어 등 구체적인 문구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메모장 파일엔 오유·뽐뿌·보배드림·SLR클럽 등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디와 가입 시 메일주소 등이 기재돼 있다.

특히 이 메모장 파일은 김씨 노트북 내의 ‘다운로드 폴더’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업무에 참고하는 메모장 파일을 다운로드 폴더에 넣고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달받은 것 아니냐고 이씨 측 변호인이 캐물었지만 김씨는 이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오유 아이디를 만들 때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무선인터넷이 되는 카페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가입되는 야후와 지메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게 추가로 드러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가운데 김씨의 모르쇠 증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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