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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로봇이 재활용쓰레기 분류…세계는 `스마트시티`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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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카탈루니아주의 주도(州都)인 바르셀로나는 '자급자족 도시'를 꿈꾸고 있다. 도시 내에서 태양광이나 지속 가능한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3D 프린팅 기술과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각종 물자를 공급받겠다는 큰 그림이다.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앤 자동차를 주행하도록 하고, 수자원 및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바르셀로나는 '시티 프로토콜' '스마트시티 월드콩그레스'와 같은 글로벌 도시들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뛰어난 기술을 모두 모아서 바르셀로나가 구현하고 싶어하는 자급자족 도시의 모습을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시(市) 디지털혁신 국장인 프란세스카 브리아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스마트시티 세션에서 "바르셀로나가 지향하는 것은 바르셀로나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라며 "그를 위해 전 세계의 모든 선진기술들을 한데 모아서 이 도시에서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달려가고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드론, 로봇, 블록체인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도시에 연결되면서 세계 도시들은 시민들을 위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도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마켓은 전 세계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이 2016년 4246억달러에서 2022년 1조2017억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과거처럼 도시에 인터넷 기술을 단순히 접목시키는 1차원적 모델에서 탈피해 시민들의 삶을 발전시키는 종합적 모델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 선도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헬싱키의 경우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 '이노베이터 클럽'을 조성해 '로봇 재활용 시스템(ZRR)'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연결시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재활용 쓰레기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수거하는 장치이다. 이를 통해 헬싱키 사람들은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개선했다. 연세대 ISI랩(센터장 이정훈 교수)이 2015~2016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10대 스마트시티들을 조사했더니 이들이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인프라 프로젝트 중에서 32.8%가 친환경 도시 계획이었다. 그중에서 61%는 에너지 관련 계획들이었고, 19%는 자원재활용에 대한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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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마트시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서 관련 산업의 기회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마켓은 "노동인구 비율이 높고 기술 개발이 활발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지역에 위치한 스마트시티 판매자들은 향후 수년간 이 지역의 스마트시티 시장 성장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가 지목한 스마트시티의 주요 제품 및 서비스 공급자들은 화웨이, 시스코, IBM, 슈나이더 일렉트릭, 지멘스, 에릭슨, 히타치 등이다.

마켓&마켓뿐만 아니라 닛케이BP 역시 아시아의 스마트시티 시장을 주목해 보라는 조사 결과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208개의 주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중에서 84%가 중국,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연세대 ISI랩은 최근 발간한 '스마트시티 인덱스 리포트2017'을 통해 10대 스마트시티(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헬싱키, 바르셀로나, 서울, 부산, 싱가포르)를 분석해 보니 8가지 주요한 특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첫째,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들이 서비스 혁신을 하고 있었다.

런던이나 뉴욕 같은 뛰어난 스마트시티들은 모두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신기술들을 접목시키고 있었고, 각 분야들끼리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이들 스마트시티의 지향점 중 하나는 친환경 삶의 질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데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도시에 접목시켜 의료·교통·교육 등의 도시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넷째, 스마트시티는 대부분 자신의 데이터를 개방·공유하려 하고 있었다. 런던 같은 경우 '런던 데이터 스토어'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매달 4만5000명 이상의 방문자에게 런던에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었다. 런던시는 2018년까지 이 수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던이 데이터라는 중요한 자산을 공개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솔루션이 개발되어 도시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다섯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은 점차 시민들의 참여를 중요한 요소로 삼아가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시민 참여 플랫폼을 매개체로 삼아 보다 활발한 '리빙 랩' 등을 통해 스마트시티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유럽 리빙 랩 네트워크'가 조직되어 한 도시에서 나온 스마트시티 혁신사례가 다른 도시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여섯째, 인터넷, 모바일, 데이터 등의 도시 인프라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시는 50개 정도로 분산돼 있던 데이터 센터들을 'CITI Serv'라는 프로그램 하나로 통합했으며, 서울시 역시 하나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합치려 하고 있다.

일곱째, 국가나 시 정부 차원에서 일부분만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의 스마트시티 계획이 아니라 도시 전체 계획을 짜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같은 경우 '스마트네이션'을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총리실이 직접 스마트시티 계획을 관장하고 있다.

여덟째,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주요한 목적이 되고 있다. 도시 자체에 혁신이 많아져야 도시 자체도 발달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스마트시티를 위한 도시 간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사례처럼 자급자족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하나만으로는 이루기 벅차다. 대신 다른 도시의 경험과 사례, 데이터들을 끌어와서 한데 모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도시들이 깨닫고 있는 것이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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