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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음반-광고 데뷔동시 석권… 가요계 ‘워너원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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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경쟁’ 프로그램 통해 결성

데뷔 며칠만에 최상위 오른건 국내 아이돌 시장서도 이례적

업계 “1년반 매출 1000억 예상”

음악제작사연합 “불공정 거래”

“방송사가 매니지먼트까지 손대… 음악 생태계 급격히 변질될 것”

동아일보

신인그룹 ‘워너원’이 데뷔 며칠 만에 일군 팬덤과 파워에 가요계가 초비상이 걸렸다. 가요기획사들은 급기야 방송 권력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들고일어났다.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1년 반 동안 워너원이 올릴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가요계에선 내다봅니다. 대책요? 솔직히 말하면 없지요. 조만간 이쪽 판, ‘아수라장’이 될 겁니다.”(A 대형 연예기획사 본부장)

11인조 남성그룹 워너원의 이달 초 데뷔가 가져온 파장이 크다. 가요계에서는 “하루아침에 거대 괴물이 나타난 셈” “비슷한 남성그룹이 꽃도 피워 보지 못하고 고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너원은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4∼6월 방영)에서 탄생한 그룹이다. 가요기획사 남자 연습생 101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뒤 시청자 투표 순위 1∼11위 연습생이 그룹을 이뤘다. 이달 초 데뷔 무대로 이미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2만 석을 매진시킨 이들은 아이돌 굿즈(티셔츠, 피규어 등 관련 상품)와 광고 시장에서 ‘괴력’을 보였다. 엑소, 방탄소년단이 수년간 일군 팬덤과 머니 파워를 며칠 만에 쫓아온 셈이다. 데뷔와 동시에 최상위에 오른 것은 국내 아이돌 시장에서도 희귀한 일이다. 워너원은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엠넷이 위탁 관리를 맡긴 YMC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내년 말 만료되면 멤버들은 본래 있던 소속사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때까지는 파워가 유지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워너원에 대항해야 한다. 단, 대책은 없다”

“얼마 전 일본 타워레코드에 다녀왔습니다. 그쪽에서도 수요가 가장 큰 것이 워너원 관련 상품임을 확인했습니다.”(B 가요기획사 대표이사)

워너원 파워는 해외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기존 인기 남성그룹들의 음반 판매량, 사인회 참여 열기에서 벌써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C 가요기획사 이사는 “워너원에 팬을 뺏기고 있는 기존의 남성그룹은 역조공(아이돌이 팬들에게 선물하는 것), 사인회 등 팬 서비스를 강화해 ‘덜 잃기’ 전략을 구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워너원이 지난해 여성 연습생 버전인 ‘프로듀스 101 시즌1’ 출신 그룹 아이오아이보다 큰 신드롬을 일으킨 원인은 뭘까. 여성 위주의 팬덤이 붙어 높은 충성도와 소비 심리를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CJ E&M 관계자는 “‘초짜’ 연습생이 1∼3년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덤을 키우는 AKB48의 일본식 모델, 완벽한 기량을 갖고 데뷔하는 한국식 모델의 장점이 섞인 것도 한몫했다”고 했다.

이런 점은 워너원의 아킬레스건으로도 지적된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대표는 “(워너원은) 7년의 긴 계약 기간 동안 팬덤과 소속감을 느리지만 굳게 다져가는 일반적인 그룹만큼 팀에 대한 충성도와 결속력이 없다”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멤버와 가족은 계산으로 머리가 복잡해졌을 것이다. 곧 계약에 관한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횃불은 방송사로…”

최근 음악제작사연합이 ‘방송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 반대’를 골자로 한 성명서를 내놨다. 이 연합은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3개 단체로 구성됐다. SM, YG를 비롯해 심지어 엠넷의 CJ E&M까지 포함된 가요계 최대의 ‘합집합’이다. 이들은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손에 쥔 방송사가 매니지먼트에까지 손을 댔다. 이는 음악 생태계를 급격히 변질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호러 시리즈’의 다음 편으로 관계자들은 KBS 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10월 방영 예정)을 꼽는다. 음악제작사연합 관계자는 “회원사 토론 과정에서는 추이에 따라 KB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소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지상파마저 가수 매니지먼트에 나선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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