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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라이프 스타일] 엄마한테 등짝 맞을 패션 vs 편하고 트렌디한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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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축 접어 신는 ‘바부슈’ 인기

현아·지드래곤 등 연예인들 즐겨

“불량스러워” 59% “좋아보여” 23%

양말 No! 맨 뒤꿈치 드러나야 제격

트렌드 Yes or No ③ 신발 꺾어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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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베컴의 컬렉션 쇼에 나온 폴더블 슈즈.[사진 빅토리아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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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에서 운동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장 구두 뒤축을 꺾어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어릴 적 신발을 접어 신으면 야단맞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저렇게 신지?’란 생각부터 떠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최근 유행하는 패션이다.

꺾어 신는 신발은 2016년 여름 시즌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처음 등장했다. 2015년 가을 뒤축을 잘라내 버린 털 달린 구두 ‘블로퍼’로 화제를 모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2016 봄·여름 시즌 컬렉션 쇼에서 뒤축을 접어 신을 수 있는 ‘폴더블 슈즈(foldable shoes)’를 선보인 것이다.

구찌 외에도 셀린, 아크네 스튜디오, 알렉산더 매퀸, 빅토리아 베컴 등 굵직한 패션 하우스들이 일명 ‘바부슈(babouche)’라 불리는 뒤축을 접어 신는 부드러운 구두를 런웨이에 대거 등장시키자 꺾어 신는 신발의 기세가 더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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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네 스튜디오의 2016 SS 컬렉션 룩. 모델이 신은 신발은뒤축을 안으로 꺾어 신은 바부슈다.[사진 아크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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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네 스튜디오의 이수연 바이어는 “뒤꿈치가 없는 로퍼 형태 블로퍼가 인기를 끌며 아예 멀쩡한 신발의 뒤축을 구겨 신는 바부슈 스타일이 지난해 봄 새롭게 떠오르며 인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처음 선보인 바부슈 스타일의 ‘아미나 슈즈’는 지난해는 물론 2017년까지 국내에 입고된 수량이 모두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자라’ ‘앤 아더 스토리즈’ 같은 SPA 브랜드 역시 앞다퉈 꺾어 신는 신발을 내놨다. 자연스레 거리에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불러일으킬 만한 신발 꺾어 신기를 한 패션 피플들이 속속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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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츠카 타이거의 멕시코66이 뒤축을 접어 신는 스타일로 출시됐다.[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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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스타들이 구두 대신 운동화를 꺾어 신은 모습이 카메라에 속속 포착됐다. 가수 현아는 짧은 데님 미니스커트에 흰색 컨버스 운동화를 꺾어 신고 공항에 나타났고, 샤이니의 온유와 빅뱅의 지드래곤은 검은색 ‘반스’ 운동화를 꺾어 신고 공항과 공연 무대에 서 눈길을 끌었다. 위너의 래퍼 송민호는 두툼한 오렌지색 농구화를 꺾어 신어 다소 불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의 영향 때문일까. 올해는 아예 꺾어 신기용 운동화가 나왔다. 블로퍼와 폴더블 슈즈의 인기를 주도한 구찌가 이번에도 선봉에 섰다. 옆면에 구찌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록·빨간색 띠가 들어간 하얀색 스니커즈의 뒤축을 꺾어 신기 편하도록 디자인했다. 운동화 바부슈인 셈이다. 운동화 전문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에서도 이 바람을 타고 대표 모델인 ‘멕시코66’의 뒤축을 꺾어 신을 수 있도록 변형해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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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여름 시즌에 출시된 구찌의 폴더블 슈즈. 굽이 있는 펌프스 뒤축을 꺾어신을 수도, 혹은 펴서 신을 수도있다.[사진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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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발 뒤축을 꺾어 신으면 안 된다’는 통념을 깨는 패션 트렌드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은 어떨까. SK플래닛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이용해 20~40대 성인 남녀 324명(남성 106명, 여성 218명)을 대상으로 꺾어 신는 신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 59.3%(192명)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23.1%(75명)가 ‘좋아 보인다’, 17.6%(57명)가 ‘잘 모르겠다’고 답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비호감을 나타냈다. 꺾어 신는 신발을 신거나 일반 신발을 꺾어 신을 의향이 있는가란 질문엔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이 64.5%(209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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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드래곤의 공항패션. 평범한 운동화 뒤축을 꺾어 신었다.[사진 지드래곤 팬사이트 넘버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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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불량해 보인다’ ‘건방져 보인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신발을 신다 말고 나온 것 같다’로 요약됐다. 회사원 홍석환(35)씨는 “단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가장 강하다”며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 온 게 있어서 그런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스타일”이라고 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들은 ‘편해 보인다’거나 ‘실용적이다’ ‘트렌디하다’ ‘새로운 패션을 개척한 느낌이다’는 의견을 냈다. 회사원 장지혜(28)씨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느낌”이라며 “익숙하지 않다고 꼭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찢어진 청바지도 처음엔 이상해 보이는 패션이 아니었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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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아의 공항패션. 평범한 운동화 뒤축을 꺾어 신었다. [사진 중앙포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막상 시도해 본 사람은 꽤 만족해한다. 324명의 응답자 중에서 꺾어 신는 신발을 신어 보거나 신발 꺾어 신기를 해 본 78명 중 62.8%(49명)가 ‘만족스러웠다’고 평한 것을 보면 말이다.

유행에 맞춰 폴더블 슈즈나 바부슈, 혹은 그냥 보통 신발을 꺾어 신어 보겠다고 마음먹어도 문제는 어떻게 신어야 할지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스타일링 팁은 “맨발”이다.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샌들처럼 신발 밖으로 맨 뒤꿈치가 드러나야 스타일링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말을 신는다면 투박하고 정말 신발을 신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양말을 신는다면 골드나 실버의 반짝이 실로 짠 양말을 선택하는 게 세련돼 보인다. 가을날 맨발이 부담스럽다면 발등을 덮을 정도의 긴 와이드 슬랙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하늘하늘한 소재로 통이 넓고 긴 와이드 슬랙스에 신으면 신발 앞코만 살짝살짝 보여 부담감이 작다”고 말했다. 일반 구두를 신는 것보다 편안함은 챙기면서 말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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