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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 대통령, 북엔 “방어적 훈련”…미국엔 ‘군사옵션 배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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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을지훈련 첫날 NSC·국무회의 주재

“북 도발로 한미훈련 악순환되지만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강조

미 상하원 의원 접견에선

“미 제한적 군사옵션 실행해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첫번째 을지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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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인 21일 “방어적 훈련”임을 강조하면서 “도발에는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동시에 미국에는 “제한적 군사 옵션 실행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군에는 안보 태세를 굳건히 갖추라고 주문하고, 미국에는 ‘군사적 옵션’ 배제를 요청하는 다층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을지 국무회의에서 이번 훈련이 “방어적인 성격”으로 “연례적인 훈련”이라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한-미 합동 방어훈련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북한에 사전 경고를 보내 한반도 평화는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앞서 열린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북한이 올해 12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어떤 도발에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이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정경두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한미연합군의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단호히 격퇴할 수 있도록 완벽한 대응태세를 갖춰나갈 것”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징후 같은 것은 없다. 오늘 얘기한 것은 도발 징후를 상정하고 하는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북한의 도발 징후는 없지만, 한미연합군이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갖춘 만큼 안심해도 된다는 국내용 메시지로 읽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에드워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성장한 대한민국을 다시 폐허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이라며 미국에 어떤 군사 옵션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전쟁은 한국민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더욱 뚜렷이 미국에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군 병력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과 관련해, “확실히 각국의 노력 아래 검발노장(칼을 뽑고 활을 겨누는 일촉즉발 상황)의 한반도 형세는 조금씩 완화되는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화 대변인은 “우리는 미-한의 군사훈련은 현재 긴장 국면의 완화에 이롭지 않으며, 각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노력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한참 부족하고, 형세는 여전히 긴장돼 있다. 북한, 미국 등 직접 당사국이 더 많은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은 해외증원군 3천명을 포함해 1만7500명이다. 이는 지난해와 견줘 해외증원군은 500명 늘었지만, 전체 참가 병력은 7500명이 줄었다. 참가 병력 규모 감축은 최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훈련은 이례적으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과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신임 미사일방어청장 등 미군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관한다. 태평양사는 주한미군을 예하에 두고 있고, 전략사령부는 핵우산 제공을 책임지며, 미사일방어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담당하는 등 모두 한반도 안보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고위 인사들이다. 방한 중인 이들 미군 고위 인사는 22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 등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박병수 김보협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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