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자율주행기능 고장나면?…스마트폰처럼 ‘리퍼’방식으로 교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만약 타고 있는 차의 자율주행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나 자동긴급제동장치, 차선이탈방지시스템, 전방추돌경고장치 등은 기초적인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기능들이다. 이 기능들은 최근 자동차에 적극 사용되면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기계인 만큼 당연히 고장도, 오류도 발생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레벨0에서 레벨4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각 국은 대략적인 기술 수준을 단계별로 계량화 해놓고 있는데, 보통은 이 기준을 세계 표준으로 활용한다. 미국의 경우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이나 제도화를 가장 빨리 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조선

레벨0의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제어하는 유일한 수단인 단계다. 브레이크, 조향, 연료조절(가속), 동력계 등 모든 부분이 운전자에 의해 조절돼야 한다. 레벨1은 하나 이상의 자동 제어 기능을 포함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전자식자세제어장치(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등으로, 운전자 혼자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빠른 제어나 제동을 돕는 보조 시스템이 속한다.

IT조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벨2는 최소 두가지 이상의 주요 제어 기능이 결합돼야 한다.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을 넣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같은 시스템 등이 이런 통합된 시스템으로 레벨2에 들어간다. 최근의 많은 자동차들이 여기에 들어가는 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가장 진보한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아직은 레벨2 수준이다.

레벨3은 모든 교통 및 환경에서 안전기능이 자동화를 이뤄야 하고, 운전자가 차를 온전히 맡길 수 있도록 시스템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변화가 감지됐을 때는 운전자에게 자동차 제어에 대한 권한을 자동차 스스로 반환할 수 있는 판단도 내려야 한다. 자율주행 중이라도 운전자는 자기가 언제든 통제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인식애햐 하지만 통제권을 넘겨받는데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이 기준에 맞게 출시된 양산차는 없다.

IT조선

레벨4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이동 구간의 모든 부분을 감지하고, 안전과 관련된 제반 인프라 및 기능과 완벽하게 조화를 보여야 한다. 실제 차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더라도 이 기능은 문제 없이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많은 차는 레벨2에 해당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차를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율주행기능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몇 분 정도의 짧은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은 완벽하게 시스템에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다. 또 차가 스스로 조향해 달린다고 하더라도 운전자는 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를 안내-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마시오'같은-받는다. 다만 기초적인 레벨2와 발전된 형태의 레벨2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레벨2.5'라는 말을 최근에 사용하기도 한다.

IT조선

그런데 이런 시스템에 고장이나 오류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보통 자동차 고장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소프트웨어 고장과 하드웨어 고장이다. 전자는 최근 자동차 내에 전자장비 채용 비중이 늘면서 나타난 것으로, 시스템 리셋이나 업데이트 등 비교적 해결이 어렵지 않다. 제품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드웨어 고장이다. 보통 자율주행기능과 관련된 시스템은 '통합된' 형태로 자동차 내부에 적용되고, 고도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경우가 많아 기술자가 하나하나 대응해 정비하기 어렵다. 또 운전자 입장에서도 고장 수리를 위해 정비소에 차가 묶여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수리비에 대한 부담(시간당 공임의 증가)을 떠안게 된다. 엔진이나 변속기와 다른 부분은, 정비력의 유무다. 자동차 역사에서 자율주행기능이 등장한 시기는 아주 최근이다. 당연히 문제해결을 위한 노하우도 많이 쌓이지 않았다.

IT조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 기능에 이용되는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 등은 전통적인 자동차 정비 기술자가 이해하기엔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수리는 기존의 자동차 정비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현재의 자동차 정비 교과 항목에도 이 분야 정비는 대부분 배제돼 있다. 즉, 전통적인 자동차 정비 개념으로는 접근조차 힘든 것이 자동차 내 자율주행 관련 기능이다.

따라서 이런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차가 정비소에 입고되면 우선은 어떤 부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진단장치의 힘을 빌린다. 문제가 소프트웨어에 있는지, 하드웨어에 있는지가 판가름 나면 수리에 들어가는데, 하드웨어 문제일 경우 해결 방법은 해당 시스템을 통째로 교체하는 방법을 택한다.

IT조선

스마트폰의 '리퍼'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현장 수리가 아닌 고장이 없는 새제품(혹은 재생품)으로 시스템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것. 자체적인 정비 기술력이 부족해서 택하는 방법은 아니다. 전세계 어디나 비슷한 프로세스로 정비가 진행된다. 효율 면에서 직접 수리하는 것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부규 볼보자동차 서비스, 기술 지원 & 트레이닝 매니저는 "자동차 전자장비의 확대로 기존의 정비 개념과는 동떨어진 문제가 자동차에 발생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문제와 달리 기계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수리하는 것보다 보통 시스템을 교체하는 쪽으로 정비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직접 고치려면 못 고칠 이유는 없지만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메이커와 소비자에게 모두 부담이다"며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스마트폰과 비슷한 '리퍼'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