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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 나라요? 검은 피부 한국인 모델 한현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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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같은 피부, 사람들이 쳐다봐

힘들어 할 때마다 엄마가 말했죠

“넌 특별해 … 모델을 하는 게 어떨까”

다문화 친구들 롤모델 될 거예요

신 가족의 탄생 ② 다문화 가정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가족 이야기 『신(新)가족의 탄생 :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를 연재합니다. 중앙일보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 올라온 의견을 바탕으로 이 땅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는 다양한 이들을 그들의 목소리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덟 가족의 탄생과 현재, 미래를 소개합니다. 첫 회 ‘캣맘 선우선’(중앙일보 8월 9일자 16면)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은 검은 피부의 한국인 모델 한현민군입니다.

중앙일보

다문화 가정 출신 모델 한현민군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세인트아이브스 카페에서 만났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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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검은 피부의 한국인

어릴 때 내 별명은 마이콜이었어요. 친구들은 거무스름한 내 피부 때문에 날 그렇게 부르곤 했죠. 나이지리아인인 아버지는 무역업을 했어요. 사업차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를 만났고 제가 태어났어요. 나고 자란 곳은 해방촌. 어린 시절 꿈은 대통령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되면 멋질 것 같았거든요.

중학생 땐 야구를 했죠. 그렇지만 오래 하진 못했어요. 운동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5남매 중 장남이거든요. 그러다 한 학교 선배가 대형 모델 회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러웠죠. 어릴 때 엄마가 ‘나중에 커서 모델 하라’고 말씀하셨던 것도 생각났고요. 그래서 모델을 해 보자는 꿈을 갖게 됐지요.

어느 날 프로필 사진 촬영 값 30만원만 내면 해외 캐스팅 오디션에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어렵게 돈을 마련해 찍고 보니 사기였더라고요. 수중에 남은 건 사진뿐이었죠. 그래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기적처럼 진짜 모델 에이전트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에스에프모델스의 윤범 대표였죠.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길거리 워킹 테스트를 했고, 계약서를 썼어요. 그 뒤로 제 인생은 180도 달라졌죠.

2막 나의 장군님 ‘울 엄마’

중학교 1학년 때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옷이 너무 사고 싶어서요. 힘들게 했지만 수중에 들어온 돈은 4만원. 옷을 살까 했지만 첫 월급이니 엄마 선물을 사 드리기로 했어요. 빨간색 머그컵을요. “이런 걸 뭐하러 사왔어?”라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셨지만 지금껏 열심히 쓰고 계시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집 장군’인 엄마는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너는 특별한 존재야.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 주시죠. 유치원 시절부터 체험학습만 나가도 사람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쳐다봤어요. 어린 마음에도 숨고 싶었어요. 숨고 싶고, 튀어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모델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한 것 같아요. 이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걸 즐길 수 있게 됐거든요.

3막 나의 꿈, 나의 지지대 ‘가족’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은 많아요. 이제 갓 열여섯 살이니까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독립이에요. 나쁜 의도는 아니고요. 어린 동생들과 방을 같이 쓰는데 내 방을 내 스타일대로 꾸미고 살아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 로망이에요. 우리 집 이웃 집이면 더 좋고요. 제게 사람들이 던지는 흔한 질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거예요. 이제 그런 질문은 안 들었으면 해요. 우리나라는 차별이 심해요. 주위에 다문화 가정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처럼 패션모델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해서 저와 같은 친구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면 좋겠어요.

저에게 가족이란 ‘내 인생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다문화 가정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요. 그런 어려움을 함께 하라고 가족이 있는 거니까요.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특별취재팀=김현예·이유정 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기자, 정유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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