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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韓·中수교 25년… ‘경보음’ 켜진 중국 기업 국내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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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대응전략 / 투자자 위한 보호장치 마련 안돼 / 부실기업 상장에 ‘차이나 포비아’ / 분식회계·허위공시 등도 일삼아 / 배당 카드 꺼냈지만… 주가는 폭락 / 상장폐지되면 수만명 피해 예상 / 기업정보·회사 정관 등 잘살펴야

세계일보

“한국거래소와 상장주관사에서는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계속하여 중국기업을 상장시키고 있지만, 고스란히 피해는 개인투자자가 지고 있습니다.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장치도 없고 부실기업을 상장시켜서 투자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더 이상의 억울한 개인투자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란에 올라온 ‘중국기업 국내 상장을 반대합니다’란 제목의 글의 일부다.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양국 수교 15년이 흐른 2007년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중국 기업이 상장되기 시작했지만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으로 투자자를 우롱한 중국 기업을 보는 ‘개미군단’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더욱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심화하면서 반중 정서, 반중국 기업 정서도 거세지고 있다.

세계일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차이나 포비아’

코스피시장에서 거래정지 중인 중국원양자원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태다. 최근 ‘2016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 재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원양자원은 2009년 상장 이후 허위사실 공시, 부정거래를 일삼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오는 22일까지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거래소는 심의 요청 접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 및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완리도 거래소에 오는 23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내야 한다. 거래소는 이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고, 심의일부터 3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때까지는 매매거래정지가 지속된다.

현재 일정상 9월 중순쯤 두 곳 모두 상장폐지된다면 수만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코스피에 상장했다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중국고섬 사태’의 여파로 중국 기업은 여전히 ‘나쁜 기업’으로 각인돼 있다.

중국 기업 ‘3노드디지털’이 한국 주식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07년 8월부터 10년간 23개의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이 가운데 8곳이 사라졌다.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의 감사 의견을 받은 악성 사례도 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자진 상장폐지한 경우도 절반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못된 중국 기업으로 인해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에 신음했고 사업을 제대로 하는 중국 기업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주식 저평가)를 호소하는 현실이다.

청와대 청원의 글은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 문제점에 대해 “경영자의 불법이나 부당한 행위가 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가 불가능하고 타 국가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타 국가이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주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자금 반출이 어려워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장된 중국 기업 정보 꼼꼼히 살펴야

중국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다 보니 지난 10일 컬러레이홀딩스(컬러레이)가 중국 기업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했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당일인 지난 10일 4050원으로 공모가(3800원)보다 높게 마감했다. 상장 당일 컬러레이는 올해 순이익의 20%를 현금배당하겠다는 계획과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다는 내용까지 공시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약발’은 하루에 불과했고 컬러레이는 지난 18일 3280원까지 급락했다. 상장 한 주 만에 20% 가까이 주가가 폭락했다. 이 회사는 색조 화장품 원료인 펄 안료 생산이 주요 사업이다.

상장된 다른 중국 기업의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의 골든센츄리는 지난해 말 주가가 6500원이었지만 현재는 3605원으로 45%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크리스탈신소재는 올 들어 주가가 25.3%나 떨어졌다. 배당 카드를 꺼내는 곳도 있지만 지난해 상장 중국 기업 6곳은 지난해 말보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5%가량 상승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반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신음하고 있다. 이미지도, 주가도 별로 좋지 못하다 보니 올해 상장할 중국 기업은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 중인 중국 기업은 1곳이다. 4∼5곳 정도의 중국 기업이 거래소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나 연내에 상장이 가능하지는 미지수다.

앞서 수산 양식사료 제조업체인 그린소스인터내셔널은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AI) 때문에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상장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렵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상장 수수료가 국내 기업보다 크다 보니 중국 기업을 찾게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도 중국 현지 조사 인력을 제대로 두지 않아 중국 기업 정보를 전혀 모른다”며 “최근 보도에 나온 것처럼 회사 정관에 공산당의 경영 개입을 명문화한 곳은 없는지 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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