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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화 ‘택시운전사’ 1000만 관객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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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9일 만에 2017년 첫 ‘대기록’ / 5·18 민주화운동 무겁지 않게 접근… 진정성 훼손 없이 재미·감동 안겨 / 정치권 단체관람 열풍도 인기 한몫… 촛불로 정권교체 상황과 일맥상통 / 경쟁작 없어 당분간 흥행 지속될 듯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처음이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개봉 19일째인 20일 오전 8시 현재 누적관객 수가 1006만8708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19번째 ‘1000만 영화’다.

장훈 감독이 연출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와 그를 광주로 데려다준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스크린 가득 펼쳐놓는다.

세계일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가 20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상영관에서 영화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택시운전사’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영화는 무겁고 아픈 광주민주화운동의 옷을 벗고 웃음과 여유를 가미하지만 결코 5·18의 정신과 진정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미 익숙한 아픔을 마주하는 관객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작품 속 몰입을 돕는다. 지나간 상처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오히려 그 묵직함에 짓눌리기보다는 ‘명랑한’ 분위기로 무게를 덜어내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이제는 통곡과 한숨을 한쪽에 치워 놓고도 그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것이 흥행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기존의 5·18 관련 작품들이 대개 ‘사건’에 초점을 맞춘 반면 ‘택시운전사’는 ‘인물’을 이야기 중심에 세웠다. 정치적 사건보다 택시운전사와 외국인 기자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1980년 5월의 그날을 직접 겪었거나 기억하고 있는 중장년층 관객들에게는 공감대를, TV와 책 등 간접적으로 접했던 젊은 세대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양한 관객층의 고른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5·18을 전부 담아내려 과욕을 부리지 않은 점도 비결이다. 선동이나 비장감 등으로 관객을 긴장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5·18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영화 콘텐츠인지를 일깨우면서, 앞으로 더 많은 5·18 영화들이 나올 것임을 예고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단체관람 열풍도 한몫 거들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일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찾은 데 이어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함께 관람해 화제가 됐다. 앞서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개봉 직후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체관람했고,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지도부도 단체관람 대열에 동참했다.

주연 배우 송강호는 ‘괴물’(2006)과 ‘변호인’(2013)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1000만 영화를 견인하며 ‘트리플 1000만’ 기록을 세웠다. 친근감 있는 송강호의 연기는 스크린과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범한 소시민이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뒤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관객의 눈과 마음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앗아간다.

촛불 집회를 거쳐 정권교체를 이룬 사회적 상황과 개봉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촛불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현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촛불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순간의 감격을 다시 떠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청년경찰’ 등이 줄줄이 개봉하며 관객몰이에 나섬에 따라 한때 1900개를 넘던 스크린이 1000개 안팎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흥행 순위와 예매율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가 끝나지 않았고 아직 강력한 경쟁작이 출현하지 않아서 당분간 이러한 흥행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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