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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계륵’ 신세된 창조경제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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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소벤처부 넘어왔지만 위상·역할 애매해져

정부 “창업거점 재편”-센터들 “현실과 안맞아”

돈대던 대기업들 찬바람에 운영 예산도 문제



박근혜 정부 산업정책의 상징적 유산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재인 정부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표류할 조짐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놓고 정부와 각 센터 참여주체들의 생각이 서로 겉돌아서다. 한때 존폐 위기에 몰렸던 이 센터는 지난 7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와 새 방향을 모색중이다.

20일 중기부 관계자는 “전국 19곳에 설립된 창조경제센터를 지역별 창업 거점 및 일자리 창출의 전진 기지로 재편한다는 방향을 세웠으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며 “당장 각 센터가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들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기존 유관기관들의 업무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부 중기부 차관은 지난 9일 각 지역 센터장들과 한 간담회에서 “혁신센터 운영 실태에 대한 종합점검을 이달 말까지 실시하고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 맞는 조직개편 방안을 다음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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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개편안의 열쇳말은 ‘창업’과 ‘일자리’다. 지역별 사정에 맞는 창업 생태계 구축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지역 혁신센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각 센터의 설립 목적이나 동기, 운영 예산의 분담 주체 등을 고려하면 중기부 구상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게 센터 쪽 관계자들 얘기다.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센터별로 지원 대기업이 한곳씩 참여해 해당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 과제인데 포괄적으로 일반적인 창업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바꾸려면 근거 법령이나 예산을 전면 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센터의 기능 보강을 위한 예산 확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센터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관들과 사업 중복과 이에 따른 예산 낭비의 우려 때문이다. 이 센터가 표방하는 사업 목적과 활동 방향은 연간 4천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테크노파크와 거의 같다. 시도별 조직 형태나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사업 등 운영 방식도 비슷하다. 또 창업 지원과 관련해서도 중기부 산하 조직으로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 265곳에 흩어져 있는 창업보육센터가 이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변화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더욱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기업들이 사실상 반강제로 참여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바람에 피해의식이 크다. 창조경제의 ‘창’자만 나와도 경기가 날 지경인데 발을 빼기는커녕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대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올해 창조경제혁신센터 19곳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은 모두 436억원으로, 센터 한곳당 평균 23억원가량이다. 나머지 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은 참여 대기업의 출연금이나 인력 파견, 사무공간 제공 등 현물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센터별로 지정된 대기업의 지원이 조직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대기업의 이해가 걸린 산업과 상관없이 각 센터가 일률적으로 창업과 일자리 관련 정책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지속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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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부처에서 추진해온 각종 지역 사업은 같은 인적, 물적 리소스(자원)를 흩어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거시적인 차원에서 유관기관 업무의 통폐합과 사업 조정이 이뤄져야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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