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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日 제작 '덕종어보' 전시 논란 가중…"전시 제외" vs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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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공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展, 기존 전시계획 그대로 강행]

머니투데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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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일제강점기 친일 조직이 다시 제작한 '덕종어보'(덕종 상존호 금보)의 특별전시를 강행하면서 전시 여부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덕종어보는 특별전시 개막일보다 하루 앞선 18일 재제작 사실이 새로 알려졌다. 립고궁박물관은 2015년 3월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은 덕종어보가 1471년 제작된 것이 아니라 1924년 재제작된 것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고 올해 1월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지금까지 '쉬쉬'해왔다.

문화재청의 '사실 은폐 논란'을 떠나 일제강점기에 다시 제작된 덕종어보가 조선 왕실의 어보(御寶·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와 동등한 가치 선상에서 전시될 수 있느냐가 이번 전시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은 국외로 반출됐다가 다시 찾은 어보를 소개하는 자리다. '문정왕후어보'(문정왕후 상존호 금보), '현종어보'(현종 왕세자책봉 옥인), '덕종어보', '고종어보'(고종 가상존호 옥보), 조선·대한제국 국새, 조선왕실 인장 등이 전시된다.

현재 전시장의 '덕종어보' 코너에는 '1924년 도난당한 후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새로 제작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다시 만든 것이지만 제작 경위와 제작처를 알 수 있고, 왕실의 전통을 유지한 공예품으로 손색이 없으며, 현존하는 유일한 덕종어보로 의미가 크다'는 가치 평가가 함께 수록돼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제작 경위와 제작처를 확인했다. 기사에는 '순종이 어보 분실에 대해 염려해 경찰서장을 불러 조사를 촉구'(동아일보, 1924년4월12일)했으며 '어보를 재제작해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매일신보, 5월2일)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신문기사는 정확한 정사(政事)를 다루고 있지 않아 참고자료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매일신보'는 조선총독부 기관지였기 때문에 일제가 잃어버리고 나서 조작한 기사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덕종어보 재제작 결정을 내린 기관은 '이왕직'이다. 이왕직은 일제가 황실을 이왕가(李王家)로 격하하면서 일본 궁내성 산하에 설치한 기구다. 대한제국황실 업무를 담당하던 궁내부를 계승했지만 이곳의 장관은 '친일파' 민영기, 예식과장은 이완용의 차남인 이항구였다.

황 소장은 "(덕종어보의) 어보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제의 잔재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보들과 똑같은 선상에서 전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역사적 아카이브(기록물) 정도로 격을 낮춰 전시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국민들한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현재로서는 전시 수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시 담당자는 "이번 전시는 '왕실 정통성'이 아니라 '환수 문화재'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과 (재제작 발표 시점에 대한) 논란으로 덕종어보 자체의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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