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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일감 중국에…조선업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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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건조사업 중국 품에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중국에 잠식”

대중국 기술무역수지 10년만에 45배→3.7배

“모든 주력산업서 한-중 수출경합 심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마저 중국 업체에 빼앗기며 큰 충격에 빠졌다. 한·중 수교 25돌(24일)을 맞아, 양국이 산업 전반에 걸쳐 치열한 시장경쟁에 들어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주목된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2만2천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한 프랑스 선사 씨엠에이씨지엠(CMA CGM)은 최근 중국 조선소 2곳(후동 중화·상하이와이가오차오)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모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이 중국 조선사들과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일감은 중국 조선사에 돌아갔다.

9척의 수주총액은 14억4천만달러(약 1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우리 업체들이 거의 독무대였는데 이제 저가 선박뿐 아니라 초대형·고부가가치 선박마저 중국에 잠식당하기 시작했다는 당혹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주 선박은 역대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으로, 기존의 벙커씨유와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사용하는 친환경 ‘이중연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강화로 우리 업체마다 초대형·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신규 발주·수주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중국에 ‘전혀 예기치 못한’ 고배를 들게 된 셈이다. 가뜩이나 최악의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는 앞으로도 중국업체 계속 밀리면서 ‘더 많은 쓴맛’을 보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건조의향서는 최종적인 수주 확정 이전에 맺는 절차이긴 하지만, 총 9척 중에 일부라도 국내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 조선사들은 모두 28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79척)의 일감을 따냈지만 중국(1위·290만CGT·133척)에 뒤졌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의 건조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한국을 따라붙었다는 것을 해외 선사들까지 인정한 셈”이라며 “전세계 수주 10위권을 보면, 예전엔 우리 업체가 7위까지 싹쓸이했지만 지금은 빅3뿐이고 중국·일본 업체들이 대거 진입해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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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중 수교 25주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기술무역 수지배율’은 2005년 44.93배에서 10년만에 3.74배(2015년)로 대폭 좁혀졌다. 기술무역은 생산기술과 특허·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의 총수출액을 총도입(수입)액으로 나눈 값으로, 1 이상이면 흑자를 뜻한다. 중국의 생산기술이 맹추격해 오면서 향후에는 우리가 미국·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기술 적자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한-중 수출경합도 지수(지수=1이면 완전 경합)의 경우, 한국의 8대 주력산업(석유화학·철강·철강제품·기계·정보통신·자동차·조선·정밀기기) 중에서 중국과 경합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조선(0.79·2015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95년 이후 기계산업을 뺀 모든 주력산업에서 양국간 수출 경합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 보고서를 내고 △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기조로의 전환 △보호무역 등 국제 통상환경 불안 △사드 갈등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양국간 교역·투자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교역의 경우 향후 5년(2018~2022) 간 우리나라 대중국 교역 증가율은 연평균 5.7%(수출 5.46%, 수입 6.05%)로 과거 10년 평균 증가율(7.0%) 보다 위축될 것으로 무협은 예상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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