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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탐색] "게임 아이템 사용했는데 환불해준다고?"…편법 사용한 환불대행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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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게임아이템을 사용했더라도 환불해드립니다”

일명 ‘환불대행’ 사이트의 광고문구다. 모바일 게임에서 결제된 내역의 환불을 대신해준다는 이 업체는 게임에서 유료아이템을 사용했더라도 자신들을 통하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사용한 돈도 되돌려놓겠다는 황당한 조건이다.

이런 환불대행 업체들은 유명 인터넷개인방송이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광고를 하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20일 현재 포털에 ‘환불대행’을 검색하면 등장하는 사이트만 30곳이 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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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대행 업체는 인터넷 개인방송(왼쪽)이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광고되고 있다.


이미 사용한 아이템을 다시 환불받는 일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지 않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모바일 오픈마켓의 허점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게임의 유료결제를 진행하려면 모바일 오픈마켓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오픈 마켓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는 진행되고 이 정보가 게임사에 전달 돼 게임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환불도 마찬가지로 오픈마켓을 통해 이뤄진다. 반면 결제와 달리 환불된 정보가 게임사에 다시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로 그 ‘허점’이 있다. 환불이 진행돼도 게임사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유료아이템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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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환불업체가 내걸고 있는 광고.


이런 점을 악용해 환불대행 업체들은 고객 계정에 대신 들어가 오픈마켓 상에서 환불을 진행하고 환불 액의 20~30%를 수수료로 가져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불대행 업체는 오픈마켓 환불을 위해 고객의 이름, 생년월일, 계좌정보, 오픈마켓 아이디,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의 공유를 유도한다. 상당수의 환불업체는 메신저나 소규모 사이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길 시 보상에 대한 규정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주의사항조차 안내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나 계좌정보가 악용될 소지는 다분해 보였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를 제재할 길이 현재로선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먼저 환불대행을 막을 수 있는 법 규정이 마련 돼 있지 않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정보통신)업체들은 환불을 악용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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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업체를 막을 법이 현재로선 없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런 업체의 광고가 진행되고 있는 영상 플랫폼, 포털 관계자도 “사이트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게임아이템을 제공하고도 돈을 다시 뺏겨야하는 모바일 게임사들은 울상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 정책과 게임사간의 소통 루트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환불을 요청한 사람의 최소정보만 알려주더라도 어떻게든 조치를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구글 측은 “구글플레이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사례의 패턴을 파악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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