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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카카오뱅크, 카드업계에서도 ‘메기’되나…체크카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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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송민수씨(30)는 얼마전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송씨는 평소 신용카드 혜택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발급받는 영리한 금융소비자다. 그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이유는 거래의 편리함과 확실한 혜택 때문이다. 송씨는 “우선 카드의 기반이 되는 은행 거래 시스템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너무 편리한 데다가, 요즘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혜택을 점점 줄이는 것에 비하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페이백이나 수수료 혜택이 웬만한 신용카드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출범 3주 만에 150만장을 돌파하는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발급하는 카드 인기가 뜨겁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내년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카드업계에서 ‘메기’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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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의 체크카드 발급 수는 몇몇 전업계 카드사의 누적 체크카드 발급 건수를 출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훌쩍 넘어섰다. 전업계 카드사인 삼성과 현대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체크카드 발급 수가 각각 85만8000건, 18만건이다.

카카오 프렌즈와 같이 캐릭터의 인기 덕도 있었지만, 체크카드 치고는 높은 포인트 혜택이 인기의 핵심 요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전달 실적과 상관없이 체크카드 혜택을 제공한다.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평일에는 사용액의 0.2%, 주말·공휴일에는 0.4%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주고, 내년 1월까지는 이용 실적에 따라 한 달 최대 4만 원을 별도로 캐시백 한다. 지난 18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는 월 24만원 이상 이용 시 어느 곳에서 결제하든 이용액의 1.2%(최대 월 3만원)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막강한 영업망을 갖춘 네이버페이가 카드사와 제휴한 것은 신한카드 이외에는 케이뱅크 뿐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카드사들처럼 별도의 모집인을 두거나 창구를 운영할 필요도 없다. 모집비용이 거의 ‘제로’다. 이는 큰 폭의 사용혜택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다른 카드사가 한 장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는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평균 10만원의 모집비용이 들어간다.

카드사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체크카드의 인기가 아직까지는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결제서비스들을 내놓게 되면 판도가 새로 짜여질 수도 있다고 본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앱투앱 결제’를 통해서 결제 시스템과 수수료 체계를 흔들 것으로 보이는데, 그 영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의 모든 카드거래는 카드결제 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VAN사(결제대행업체)와 전자지불대행회사인 PG사, 신용카드사를 거쳐서 이뤄진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바로 입금되는 방식인 ‘앱투앱 결제’ 서비스를 내년 중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앱투앱 결제 시에는 VAN사나 PG사를 거쳐야 하는 중간 결제 단계가 생략되면서 가맹점이 지불해야하는 수수료(중간 유통 비용)가 감소하게 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신용카드사들이 앱투앱 결제 방식을 너도 나도 도입하기 시작하면 VAN사와 PG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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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주주사들과 제휴해 결제시장에서 영업망을 크게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주로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가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3대 통신사인 KT와 전국에 편의점 망을 둔 GS리테일을 주주로 두고 있다. 얼마나 많은 플랫폼에서 쉽게 결제 서비스가 가능한지는 신용카드 선택을 결정짓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7일 낸 리포트에서 중국의 주요 대형 은행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지급 결제를 간편화시키고 각종 금융 상품과 연계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강력한 플랫폼은 사용자의 이용을 증가시키며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까지 축적시킨다”며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사업과 광고 마케팅으로 수익을 얻는 생태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이러한 생태계 구성을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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