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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케뱅·카벵보다 앞섰던 1세대 인터넷은행 왜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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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그 해 10월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가 가장 먼저 출범했다. 이들은 당시 IT(정보기술)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거래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낮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SFNB는 실적 악화로 2002년 8월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에 인수돼 온라인뱅킹 사업부에 통합됐다.

그렇다면 SFNB 등 초창기 실적악화로 퇴출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퇴출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는 인터넷전문은행 38개가 새로 진입하고 이 중 14개가 부도 등으로 퇴출됐다. 전통은행으로 전환한 은행 1개, 부실은행으로 지정되는 등 부도가 난 은행 5개, 전통은행의 인터넷뱅킹 사업부로 흡수된 은행 5개, 유동성 부족으로 자진 폐업한 은행 5개를 나타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퇴출된 인터넷전문은행 14개 중 13개는 기존 전통은행과 차별 없이 예대업무를 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결국 전통 은행과 금리차이가 좁혀지면서 고객들이 빠져나갔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여신금리를 낮추고 수신금리는 올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 14개 은행의 평군 존속연수는 6.08년에 불과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은행과 차별성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절반 이상이 퇴출되거나 생존해도 규모의 경제 달성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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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4년 기준 퇴출되지 않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24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증권과 카드·캐피탈, 소매·유통 분야 회사가 설립해 특화된 사업모델을 영위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모두 생존했다. 자동자·가전회사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비율은 100%로 매우 높았다. 전통은행이 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비율이 47.4%인 점과 비교하면 예대업무에 치중하지 않고 자동차, 유통회사 등 모기업의 영업망 등을 활용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금리와 편의성은 시중은행들이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금리 경쟁력에만 집중할 경우,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 등 기존 은행과는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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