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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생목숨 던진 마필관리사들 노제…“눈물을 머금고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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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9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열린 고(故)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의 노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동료들이 애도를 하고 있다. 최근 두달 사이에 한국마사회 소속 마필관리사 2명이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2017.8.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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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19일 오후 2시 열악한 처우와 간접 고용구조 아래 목숨을 내던진 마필관리사 박경근,이현준씨의 노제(路祭)가 서면 쥬디스 태화 인근에서 진행됐다.

노제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장은 조사(弔·詞)를 통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머금고 저 너머로 보낸다"며 "부디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고 영면하라"고 서두를 뗐다.

그는 "죽어서도 85일, 19일동안 구천을 떠돌아야 했던 목숨이 오늘 이승을 떠난다"며 "새벽 5시에 출근해서 말을 애지중지하며 마사지를 해주고 경주해 이기면 기뻤지만 질 때는 인간의 바닥까지 짓밟히는 일을 겪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힘없고 죽음으로 절규한 비명소리조차 외면했던 배부른 자들이 끝내 또 하나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떠난 이의 쌍둥이 아들이 10년 뒤 자랐을 때도 마필관리사 한 사람의 목숨에 수 십개 빨대가 꽂힌 끔찍한 착취는 없어야 하지 않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희영 전국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왜 우리에게 이러한 죽음이 계속돼야 하는가"라며 "잘못된 정책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 마필노동자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마사회 마피아 경영진 때문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경영 이윤만을 위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고있는 그들, 안전과 생명은 무시된 채 현장 인명사고 조차 방치한 그들을 기억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1

19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열린 고(故)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의 노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애도를 하고 있다. 최근 두달 사이에 한국마사회 소속 마필관리사 2명이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2017.8.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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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근 마필관리사와 이현준 마필관리사를 추모하며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전하는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이씨와 같은 조에서 근무했던 박상민 마필관리사는 "이 세상은 니가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이기적인 세상이었던 것 같다"며 "너는 잘못이 없다. 옆에서 알면서도 자신들만 생각한 우리가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는 "말간 청소에서 같이 농담던지던 순간이 떠오르고 말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토론하던 순간들, 낙마하면서도 인상 한 번 안쓰고 서로 웃고 넘기던 순간들이 가슴속에서 북받혀 오른다"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이 세상 미련없이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한 영혼으로 웃으면서 안녕했으면 좋겠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끝으로 눈물을 삼켰다.

박경근 열사의 후배동료인 박종민 마필관리사는 "언제나 후배와 동료들을 아끼던 형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소주 한 잔 같이 더 마시고 고민 한 소절 더 들을 걸 가슴깊이 후회가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빈자리도 크지만 그 따뜻했던 말 한마디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형의 희생이 동료와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걸 알기에 잊지않고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쇄적인 간접 고용구조와 일방적인 임금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석병수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박경근 열사는 말 관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그 일을 한 없이 좋아했지만 마사회의 잘못되어있는 고용구조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임금체계로 현장에서 고통받는 동료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거대한 조직과 싸울 용기도 의지도 없어 한치의 미래도 볼 수 없는 상황에 가족을 뒤로 할 수 밖에 없었을 열사를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진다"며 "오늘 두 열사를 보내지만 남아있는 우리들은 할 일이 많다.우리의 현장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화를 끝내고 노제를 마무리한 유가족과 동료들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까지 영정사진을 들고 약 2.4km 구간을 가두행진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 부산 강서구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료,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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