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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文대통령 100일간 연설문에 ’적폐’ 단어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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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동안의 연설문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평화’였다.

19일 청와대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7일 밝힌 문 대통령의 5월 10일 취임사부터 8·15 경축사까지의 공식 연설문 24개를 분석한 결과 ‘평화’라는 단어가 144회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경제’(139회), ‘북한’(114회), ‘한반도’(113회), ‘남북’(86회), ‘일자리’(80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제1과제로 꼽은 ‘적폐 청산’에서의 ‘적폐’라는 단어는 단 한차례도 사용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적폐 청산의 기한을 묻는 질문에 “임기 내내 계속돼야 한다”고 적폐 청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을 감안하면 24개 공식 연설문에 ‘적폐’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란 분석이다.

대통령 연설문의 특성상 그날그날의 일정과 주제에 따라 내용에 차이가 나지만 공통적으로 빈번히 사용되는 단어는 그만큼 국정운영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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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청와대사진기자단


‘평화’가 연설문에 가장 많이 언급된 데는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나서면서도 동시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앞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남북 긴장관계가 최고조로 치닫고, 북한과 미국이 ‘말폭탄’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한반도’를 113회, ‘대화’ 46회. ‘안보’ 37회, ‘한미동맹’을 36회 발언하는 등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연설문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일자리’라는 단어도 80회나 사용했다. ‘청년’이라는 단어 역시 44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를 위해 ‘추경’이란 단어도 19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원전’이란 단어도 46회나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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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빈도가 현저히 낮은 단어들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라는 단어를 25회 사용하면서도 ‘야당’이라는 단어는 3회, ‘여당’이라는 단어는 2회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협치’라는 단어도 2회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적폐’라는 단어는 24차례의 연설 중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큰 틀에서 국민 통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적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폐 청산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폐 청산 작업은 해당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굳이 그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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