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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용 지식인, '갓건배'사건…반지성주의 시대에 "여기 다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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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정, 먹고사니즘을 넘어선 페미니즘의 가치는?

CBS 시사자키 제작팀

- IMF이후 일상화된 밥그릇 쟁탈전… 차별과 혐오에 무감각하게 만들어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복잡한 사회구조 대신 약자에 대한 공격으로 분노 해결
- 정보는 감정의 그릇… 인터넷 정보에 담긴 혐오의 맥락 읽어야
- 유시민의 '진보 어용지식인' 발언과 '어용시민' 계정… 반지성주의 시대의 단면
- "페미니즘은 낯선 질문을 던지고 복잡한 대답을 찾는 느린 과정"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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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8월 18일 (금)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손희정 연구원(연세대 젠더연구소)

◇ 정관용>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등장합니다. 또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판이 됐고요. 아무래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런 등등의 여성혐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어난 일이겠죠. 최근에 아주 의미 있는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하는 책인데요. 책을 쓰신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이십니다. 손희정 박사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희정> 안녕하세요. 손희정입니다.

◇ 정관용> 페미니즘 리부트. 리부트라는 게 다시 부팅한다, 컴퓨터 부팅하듯이.

◆ 손희정> 그런 의미이기도 한데요. 사실 리부트라는 표현은 영화산업에서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한데요. 예컨대 영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1, 2, 3편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끝나나고 그다음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라고 또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나오거든요. 이렇게 기존에 있는 어떤 상품명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팬덤을 유지하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을 이제 영화산업에서는 리부트한다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저는 페미니즘도 2015년에 그런 의미에서 리부트되었다라는 생각을 좀 했고요.

◇ 정관용> 손 박사님의 주장인 거죠, 그러니까?

◆ 손희정> 저의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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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정 연구원(연세대 젠더연구소)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2015년 이전의 페미니즘의 특징은 뭡니까?

◆ 손희정> 사실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성적 차별과 그것을 통해서 비정의와 싸우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한국사회에서는 계속 페미니즘 운동이 있어 왔었고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서 페미니즘 문화 운동이 굉장히 부흥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실은 IMF 이후에 먹고사니즘 이외에는 어떤 진보적 의제들도 이야기되기가 좀 힘든 시기가 있었다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러면서 페미니즘도 약간 목소리를 대중적으로 크게 내지는 못하는 시기가 한 10년 계속이 됐었고.

◇ 정관용> 90년대 중반부터.

◆ 손희정>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까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운동들이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목소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나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기는 좀 어려웠었고요. 2015년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촉발이 되고 메갈리아가 등장하고 2016년에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이 터지고 페미니즘이 대중적으로 굉장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대중운동으로 스며들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됐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페미니즘이 저는 리부트되었다라고 진단을 좀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첫 장이 혐오의 시대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책의 부제도 혐오의 시대를 뚫고 나온 목소리들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 혐오의 시대에서 말하는 혐오가 여성 혐오죠, 그러니까?

◆ 손희정> 사실은.

◇ 정관용> 트위터 운동이나 메갈리아 이런 게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여성계에서의 반격 이런 등등이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바로 여혐 논란을 아주 불꽃튀겼던 그런 것이니까.

◆ 손희정> 그런 것이기도 한데요. 제가 사실 혐오의 시대에서 진단하고 있는 건 여성혐오뿐만 아니라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이야기를 하고 싶었었고요. 혐오라는 것이 사회적 현상으로 두드러질 때는 그냥 어떤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어떤 집단을 그 집단의 정체성을 가지고 낙인을 찍어서 끌어내려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감정 그리고 그 문화를 혐오라고 이야기할 때 IMF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그 소수자를 차별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정당화하는 기재로 혐오가 확대되었다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IMF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 손희정> 아니요, IMF 이전에도 물론 혐오의 감정이라는 것은 있었고 다수와 다른 소수를 차별하는 감정으로서 혐오는 있었는데요. 그게 훨씬 더 두드러지고 훨씬 더 폭력적인 양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IMF 이후에? 이유는요?

◆ 손희정> 어떻게 보면 이때까지는 IMF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안전망이 무너지는 것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이때까지는 자기 손 위에 밥그릇이 올려져 있다라고 생각했던 기득권들. 특히 비장애인 남성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사람들의 손 위에 있었던 사실 밥그릇까지도 무너져내리는 게 어떻게 보면 IMF라고 하는 경제적 재난이었던 건데.

◇ 정관용> 그렇죠. 은행원들이 다 잘리고 그랬으니까.

◆ 손희정> 많은 사람들이 해고를 당하고 사실 그 해고와 정리해고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여성 노동자부터 시작이 됐었는데.

◇ 정관용> 약한쪽부터.

◆ 손희정> 또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 가장의 문제로만 얘기가 되고 그래서 아빠 힘내세요 같은 노래가 유행을 하고 이런 분위기들이 있었는데 그랬을 때 IMF의 경제난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실패인데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에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문제제기를 하기보다는 내 손 위에 있었던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다른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전치가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혐오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도 있고 혹은 장애인에 대한 혐오 같은 것들이 더 세지기도 했던 부분들이 있었던 거죠.

◇ 정관용> 내가 살기 힘들어지게 된 건 사실 자본주의 체제의 어떤 문제인데 내가 이렇게 힘들어지는데 옆을 보니까 여자들이 잘 나가는 여자들이 보이더라.

◆ 손희정> 그렇죠.

◇ 정관용>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더라. 저것들 때문에 내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한다는 얘기죠?

◆ 손희정> 그래서 그러니까 그런 식의 혐오의 목소리가 대개 가시적으로 터져나왔던 공간이 일베라는 공간이었는데 그 일베에서 혐오를 이야기할 때 제일 많이 가지고 왔던 근거가 무임승차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군대 가지 않는 여자들, 세금 내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 혹은 재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성적 소수자들. 이런 사람들이 사실 자격 없이 우리의 혜택을 가져간다. 이런 식의 흐름이 있었던 건데요. 그래서 저는 여성혐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좀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여성혐오라는 분야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났었다라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그런 한국사회의 혐오의 지형을 분석하는 데 젠더라는 관점 혹은 페미니즘의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일베를 예로 드셨는데 아주 극단적인 예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까 꼭 일베처럼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왠지 여성혐오적인 여성 때문에 우리 자기들이 지금 어려워진 것 같은 그런 인식이 확산됐다. 일종의 문화화됐다 이런 거죠?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게 IMF 이전까지는 그나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 손희정> 그러니까 IMF 이전에는 이게 차별내 배제의 형태가 더 컸다고 한다면.

◇ 정관용> 제도적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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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남성 BJ 김모씨가 여성BJ '갓건배'의 집을 찾아가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사진=유튜브 캡쳐)



◆ 손희정> 이제는 차별이나 배제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폭력의 행태로 드러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요즘에 제일 염려가 되는 것은 예컨대 갓건배 사태라든지 아니면 왁싱샵 여성혐오 살인사건 같은 것을 보시는 것처럼 물리적인 폭력이 행사가 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종의 콘텐츠가 되는 세상이 왔다 생각이 들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바로 그러면서 여성계에서는 여성계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에게는 자각이 일어나는 거죠. 왜 내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되나, 내가 왜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됐다?

◆ 손희정> 확 커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게 바로 페미니즘 리부트로 연결된다. 혐오의 시대 페미니즘 리부트. 지금 두 챕터 읽어봤습니다. 그다음에 젠더 전쟁할 때 전 그다음에 퓨리오숙들의 탄생이라는 챕터가 나오는데 젠더전쟁, 퓨리오숙이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 손희정> 이게 제가 좀 흥미롭게 봤었던 게 뭐냐 하면 사실 저는 여성학 전공자가 아니라 영화학 전공자인데요.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제가 되게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여성혐오가 아주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사실 대중문화라는 공간이었고 여성들이 여성혐오와 싸우는 공간도 우리가 대중문화의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중문화를 분석할 때 이제 페미니즘이라는 시각이 되게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쓸 때 주목을 좀 많이 받았던 것인데요. 여기서 말하고 있는 젠더전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혐오적인 대중문화와 싸우는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 그래서 트윗, 여러 가지 SNS를 통해서 여러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었던 그 대립 양상을 젠더전이라고 얘기를 했었고요.

◇ 정관용> 우선 그 앞에 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여성혐오적인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뭡니까?

◆ 손희정> 여성혐오적인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면 최근에 터졌던 일로 보자면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 같은 것들, 여성을 어떤 성적인 존재로만 규정하고 그래서 여성에 대한 폭력도 그런 성적인 폭력으로 드러나는. 그런데 실제로 이거는 텍스트에서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여성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잖아요.

◇ 정관용> 터졌죠.

◆ 손희정> 그래서 이것이 어떻게 보면 텍스트와 현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펼쳐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겁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것과 맞서싸우는.

◆ 손희정> 여성들의 목소리가 젠더전으로 드러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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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모장'캐릭터를 보여줘 퓨리오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개그우먼 김숙씨(사진=최고의 사랑 캡쳐)



◇ 정관용> 퓨리오숙 이게 뭐예요?

◆ 손희정> 그때 되게 중요하게 여성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한 게 김숙 씨였었는데요. 최고의 사랑이라고 하는 예능에서 한국 가부장을 미러링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남자가 그렇게 크게 웃으면 안 된다, 남자 웃는 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재수가 없다는 식의 미러링을 하면서 인기를 굉장히 얻었었어요.

◇ 정관용> 옛날에 여자 웃음이 그렇게 크면 안 돼. 이 말을 반대로 남자 웃음이 그렇게 해.

◆ 손희정> 남자가 조신하게 과일을 깎아야지 하면서 굉장히 인기를 끌었었고 가모장이라는 별칭과 더불어서.

◇ 정관용> 가부장이 아니라 가모장.

◆ 손희정> 그 즈음에 개봉했던 매드맥스라는 영화가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대개 육체성이 좋은 여성 영웅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퓨리오사예요. 그래서 그 퓨리오사에 김숙을 더해서 퓨리오숙, 여성 전사라는 이름의 퓨리오숙이라는 아이콘이 있었거든요.

◇ 정관용> 대중문화에 은근히 들어 있는 여성 혐오. 또 반대로 여성 문화 공간에서 여성들이 그것과 맞서 싸우자 그 대표 격이 퓨리오숙 이 말이군요.

◆ 손희정> 퓨리오숙이 아이콘처럼 떠올랐었던 거죠.

◇ 정관용> 그다음 챕터는 느낀다라는 전제예요. 따옴표로 느낀다. 무슨 뜻입니까?

◆ 손희정> 사실 이 챕터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인터넷으로부터 정보를 많이 얻는 세상을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이 사실 감정이라든가 주관성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배제된 데이터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들이 많은데 실제로 이 데이터 안에는 느낀다라는 감정 자체가 이미 기입되어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나무위키 같은 위키위키 백과사전 사이트가 있는데요. 이 사이트는 유저들이 들어가서 옛날에는 백과사전이 톱다운 방식으로 전문가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이 사전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합쳐가면서 사전적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이트가 나무위키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데서 항목을 검색하면 나무위키 항목이 제일 먼저 뜨는 식으로. 그런데 나무위키라는 게 그냥 뉴트럴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는 정보들을 주거든요.

◇ 정관용> 거기는 각자 자기들의 관점을 드러내니까.

◆ 손희정> 드러낼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면 사전이라는 이름을 담고 있다라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이게 대게 중립적인 정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거기에는 감정이 들어가 있고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공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이다라는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었던 챕터입니다.

◇ 정관용> 나무위키에 참여해서 자기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인식의 저변 속에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감정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

◇ 정관용> 정말 그래요, 텍스트를 쭉 분석해 보면?

◇ 정관용> 그것까지 분석을 못 해 봤습니다마는 이 챕터에 그런 내용들이 나오는군요. 그다음 제1장의 마지막 챕터가 어용 시민의 탄생이에요. 어용 시민이 뭡니까?

◆ 손희정> 이게 좀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팟케스트 중에 파파이스라는 팟캐스트가 있고요. 한국에서 아마 팟캐스트 중에는 가장 영향력있는 프로그램일 텐데요. 문재인 대통령 당선되기 그 직전에 그 팟캐스트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을 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이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보다가 그를 떠나보낸 실책을 하지 않았느냐라는 뉘앙스를 깔면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어영지식인, 진보 어영지식인이 될 거다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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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 정관용> 한동안 화제가 됐던 발언이죠.

◆ 손희정> 그래서 저는 이게 충격적이었는데 어떻게 지금 한국사회라는 곳이 진보와 어용과 지식인이 한 단어에 들어갈 수 있는 이런 말이 통용되는 사회가 됐을까라는 고민을 했었고요. 그런데 유시민 작가가 이 발언을 한 다음에 되게 흥미로운 것은 트위터에 어용 시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정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그게 어떻게 보면 2017년 대한민국의 인터넷의 어떤 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좀 함께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 정관용> 결국 그러니까 이게 지금 책의 1장과 2장으로 구분돼 있는데 1장이 젠더의 시선으로 본 동시대의 풍광이에요. 2장은 몇 가지 분야별로 지금 평론 비슷하게 나오고. 1장이 핵심이라고 읽혀지는데 우리 손 박사께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금 동시대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라는 것이군요, 결론은.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거죠? 그러니까 혐오가 지배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렇죠? 여기에 페미니즘 리부트 운동은 일종의 민주주의 운동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쟁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렇죠?

◆ 손희정> 네.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정관용> 도처에서, 대중문화 공간에서 백과사전 공간에서 도처에서 드러난다 그런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어용 시민이라고 하는 단어를 그냥 자족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풍조까지 가고 있다, 이거죠? 이거에 저항하자?

◆ 손희정> 더 많은 말과 더 많은 사회 공간을 만듦으로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다시 돌아가면 이런 혐오의 시대가 되어 버린 21세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희망은 페미니즘에서 볼 수 있는 겁니까? 꼭 그것만은 아니죠?

◆ 손희정> 페미니즘만이 대답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복잡한 대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어용 시민의 탄생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매우 반지성주의적이고 이 반지성주의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건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그 맥락들을 탈각시켜서 자기 입맛에 맞는 맥락으로 재맥락화 시키는 것. 그래서 사회의 간극을 좁혀버리는 것이 이 시대의 문제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페미니즘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하며 가자라는 운동이고.

◇ 정관용> 기본으로 돌아가자.

◆ 손희정> 그랬을 때 더 다양한 목소리,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고 그게 이제 페미니즘을 지양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 정관용> 맨처음에 페미니즘 리부팅이라고 할 때 그럼 원래의 페미니즘이 뭐였냐, 제가 이렇게 질문을 했잖아요. 거기에 손 박사 대답이 딱 이렇게 나왔어요. 여성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비정의에 대한 싸움이었다. 그게 곧 민주주의 정신 아닙니까?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거기로 돌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 손희정> 그렇게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런 정신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대해야죠. 그렇죠?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 연대의 끈은 어디에 있어요?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문화처럼 혐오가 퍼져 있고. 인터넷도 엉망이고 대중문화도 엉망이고 SNS도 엉망인데.

◆ 손희정> 그런데 사실은 인터넷이 엉망이라고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서 폐기해버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쨌거나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은 말할 수 없는 자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문제는 뭐냐 하면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에 나쁜 속성이 있다기보다는 이 사회가 인터넷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좀 들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비롯해서 다양한 대안공간들을 찾아가는 것이 되게 중요할 것 같고 물론 우리 사회가 인터넷이 있다고만 해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인터넷을 해방시켰을 때 다시 인터넷이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정관용> 대중문화에서 젠더전이 벌어지듯이 인터넷에서도 그런 전을 벌어져야 되겠군요.

◆ 손희정> 되게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조금 더 열심히 전쟁을 해서 다수가 되면 그게 좀 민주주의의 힘을 이 사회에 더 위력을 떨칠 수 있지 않을까요?

◆ 손희정> 다수가 되는 게 답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누군가를 혐오하지 않고 인정해 주는. 그런 날이 곧 오겠죠?

◆ 손희정> 노력해야겠죠.

◇ 정관용> 금방 올 거라고 자신은 못하시는군요.

◆ 손희정> 금방 오지 않을 겁니다.

◇ 정관용> 워낙 뿌리가 깊어서. 여기까지 오늘 공부를 좀 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의 손희정 박사 오늘 고맙습니다.

◆ 손희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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