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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MK포커스] 기로에 놓인 LG의 결실…미래만큼 중요한 현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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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19일 오전 현재 승률 0.519 리그 5위. 아슬아슬하다.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던 리그 5강이다. 다만 앞으로가 녹록치 않다. 6위 넥센과는 승차가 없고 7위 SK에는 2경기차로 쫓기고 있는 형국. 어느덧 가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완성형 리빌딩을 노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꿈꾸는 LG 트윈스의 현주소다.

▲어려움 겪고 자라난 리빌딩 줄기

2년전 이맘때 LG의 가을은 어두웠다. 직전 시즌 어메이징 후반기 드라마를 써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일 년 만에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마다 베스트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 낙폭이 너무 컸던 게 문제였다. 양상문 감독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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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리빌딩 동력을 얻은 LG가 올 시즌 역시 완성형 리빌딩을 추진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그러나 해가 바뀌어 2016시즌에 들어서자 전체적인 리듬이 변했다. 추락 속에서 의미를 얻은 양 감독은 리빌딩을 천명하고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이 조화를 이루는 LG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 육성 쪽에 힘이 더 실렸다. 이름 하여 리빌딩의 시작. 스프링캠프부터 뛰고 달리고 넘어지는 LG의 뛰는 야구가 구축되기 시작했는데 중심에는 비교적 새 얼굴들, 혹은 주목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원들이 주를 이뤘다.

한화와의 리그 개막전. 유례없던 2경기 연속 연장 끝내기 승을 거둔 LG는 믿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소위 말하는 바람을 탄 것. LG이기에 전통적인 표현으로 더해 신바람을 제대로 탔다. 유강남, 양석환, 채은성, 이천웅, 이형종, 진해수, 임정우 등 기대주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LG는 돌풍 속 주인공이 됐다. 물론 여름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 해전 겪은 악몽이 반복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메이징 후반기가 도래하며 성공적으로 리그 상위권에 안착했다. 그리고 가을야구에서는 더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자신감 속 동력 얻은 리빌딩

해가 다시 바뀌어 2017년, 신년하례식에서 양 감독은 “아직 리빌딩이 끝난 것이 아니다. 선수단 전체가 이에 물들 때 비로소 리빌딩이 완성된다”며 힘주어 말했다.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자마다 여세를 몰아 완성형 리빌딩의 방향을 제시한 것. “선수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이 리빌딩의 마지막이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정신력을 완성해야한다”며 “여러분들이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바탕은 정신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비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17시즌, LG의 스타트는 좋았다. 초반 저력을 발휘하며 5월 중순까지 리그 선두권을 유지했다. 지난해 만개한 기량을 뿜어냈던 리빌딩 수혜자들은 한층 완숙한 플레이로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물론 이번에도 여름께 비슷한 위기에 직면했다.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며 중하위권으로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서운 타격기세를 탄 박용택, 기막힌 슬라이딩의 황목치승 등 선수단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베테랑들의 솔선수범 아래 다시 반등의 불씨를 지폈고 최소 4-5위권에서 틈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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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역시 부침을 겪으면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쏟아진 기대주들...

2016년과 2017년 LG의 선수구성은 큰 틀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지난해 활약했던 영건들이 올 시즌 역시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포수마스크는 주로 유강남이 쓰고 있으며 내야에는 양석환이 주전 역할을 맡고 있다. 양석환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한 선수로 꼽히는데 특히 클러치 능력이 발휘되며 외인타자들을 제치고 4번 타자 역할까지 맡았다. 그 밖에 이천웅과 이형종, 채은성이 외야진을 주로 꾸린다. 마운드에서는 임찬규가 시즌 초반부터 선발진 한 축을 형성했다. 전부 지난해 각광받았던 리빌딩 수혜자들.

자세히 뜯어보면 새롭게 합류한 자원들도 눈에 띈다. 우선 내야에는 강승호가 출전 빈도를 늘렸다. 오지환의 군 입대 공백을 메워줄 유격수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던 강승호는 올 시즌 공·수에서 한층 달라진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2루수서 존재감을 내뿜었다. 그 외 보상선수로 새롭게 합류한 최재원이 부침 속 백업자원 역할을 수행했으며 잊혀져갔던 김재율이 기회를 얻어 장타자 가능성을 전했다. 조윤준은 유강남의 백업 역할이 아닌 일시적으로 임팩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외야에서는 지난해 주로 대수비에 머물렀던 안익훈이 타격의 성장세에 힘입어 출전 빈도를 늘렸고 데뷔 8년 만에 주목을 받은 백창수도 주전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마운드에서는 2016시즌 1차 지명 김대현이 기회를 받았고 그 기회만큼 성장세를 보였다. 2016시즌 당시 신인 티를 벗지 못하고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 시즌은 비시즌부터 양 감독의 기대를 받더니 롱맨, 공백 마다 대체선발 역할, 그리고 선발진 안착이라는 성공스토리를 보여줬다. 양 감독의 관심을 받던 또 한 명의 영건, 2017 1차 지명이자 묵직한 공을 던지는 고우석 역시 적지만 알찬 기회를 받으며 LG 불펜에 힘을 보탰다. 그 외 최성훈, 최동환 등이 불펜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손주영 등 또 다른 새 얼굴도 모습을 잠시 비췄다. 탄탄하기로 유명한 LG 마운드 경쟁구도에서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실력을 선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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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가운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은 젊은 선수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한 바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냉정하게 본 성과, 그리고 아쉬움

매번 같지는 않지만 지난해부터 LG의 선수구성이 젊어졌고 또 이들이 중심이 된 야구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2016시즌에 이어 2017시즌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만 양 감독이 강조했던 것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박용택, 류제국 등 베테랑들도 적재적소에서 중심을 잡아 지탱해주고 있는데 올 시즌 그 역할이 늘어났고 탄력적으로 변했다. 리빌딩의 완성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장밋빛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고 리빌딩을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닌데 선수들이 스스로 이름값을 얻을 만큼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도 적지 않다. 똘똘 뭉친 조직력 야구를 보여주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를 위한 힘겹고 진땀나는 경기의 연속은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선수단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타는 경향이 강해지게 됐고 상승세와 하락세 리듬 폭 차이가 컸다. 자칫 쉽게 무너지거나 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팬들의 기대 또한 높아졌다. 이제 리빌딩을 넘어 우승의 꿈을 말하고 있다. 두산, KIA 등 라이벌 구단들의 가시적 성과가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지는 경기 때 유달리 많은 팬들의 비판과 아쉬움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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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웅(왼쪽) 등 기대주들이 올 시즌 주전으로 어느 정도 만개한 기량을 뽐낸 것은 분명하다. 사진=MK스포츠 DB


▲완성형 리빌딩 위해서는

결국 미래와 함께 현재도 어느 정도까지 완성되고 있느냐에 관한 의문이 될 것이다. FA 영입, 거물급 외인영입까지 이뤄진 현 상황서 중위권 그 이상을 얻기 위한 힘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함이다. 때마침 5위로까지 떨어지며 아슬아슬한 5강 턱걸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이기에 이에 대한 해답의 목소리가 높다.

해결책은 리빌딩을 넘어 진짜 ‘완성형 리빌딩’이 보여주는 것이 꼽힌다. 기대주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이름값을 얻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성적, 그리고 나아가 팀 성적에도 달려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4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은 LG 입장에서 아무리 경쟁구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해도 그 이하로의 성적하락은 결과적으로 완성형 리빌딩을 달성했다고 말해주기 어렵다. 미래만큼이나 중요한 현재 찾기다. 가시밭길인 5강 경쟁, LG에게는 리빌딩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등과 성적이 중요한 이유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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