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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명 성악가, 재판 도중 갑자기 '법정 구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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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스토리]30대 회사원, 임대 아파트 보증금 사기당한 사연]

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 DB


"파주시 휴먼시아 아파트 35평형 전세 9000만원에 내놓습니다."(2014년 11월 P부동산직거래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글)

회사원 이모씨(당시 32세)는 게시글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해당 아파트 평균 전세 시세가 1억9000만원(매매가 3억원)과 비교하면 반절도 안 되는 값이었다.

집을 내놓은 사람은 성악가(테너) 장모씨(당시 39세)였다. 장씨는 김씨를 만나 "나는 돈 많은 유명 성악가"라고 소개한 뒤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보여줬다. 장씨의 프로필과 사진이 떴다.

장씨는 "아버지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들어가게 돼 어쩔 수 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대(재임대)하는 것"이라며 "혹시 문제가 발생해도 보증금을 반환받는 데 전혀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싶어 당일 계약금 명목으로 400만원을 입금했다. 다음 날에는 '보증금 9000만원'으로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듬해(2015년) 1월까지 잔금을 치르고 아파트에 입주했다.

같은 해(2015년) 3월 장씨는 김씨에게 더 달콤한 제안을 했다. 2000만원을 추가로 주면 분양권까지 양도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내가 오스트리아 대학에 초빙교수로 가게 돼 아파트가 필요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장씨의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문제없다던 아파트는 '깡통 아파트'였다. 보증금반환채권이 모 저축은행에 넘어가 있었으며 임차료는 수개월째 밀려 있었다. 장씨는 알려진 성악가이긴 했지만 재력을 갖춘 건 아니었고 오히려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스트리아로 간다는 말도 사실무근이었다.

장씨 집에 살던 이씨는 LH로부터 수차례 임차료 납부 독촉장을 받다가 입주 1년가량 만인 2015년 12월 강제로 쫓겨났다.

이씨는 보증금을 최대한 되찾으려 했지만 장씨는 "당신뿐만 아니라 LH에 집을 뺏긴 나도 피해자"라며 버텼다. 이씨가 "돈이 없어서 그러느냐"고 하면 장씨는 "아니다. 나는 놀면서 1000만원 쓰면 하나도 안 아까운데 실수로 1만원이라도 잃어버리면 잠을 못 잔다"고 둘러댔다. 기분이 좋아야 돈을 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참다 못한 이씨는 지난해 1월25일 장씨를 상대로 1억1000만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같은 해 5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장씨는 항소하는 한편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렸다. 자신이 '교수' 겸 '학장'으로 있는 'XX음대' 상호의 음악학원을 위장 폐업한 것이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8월 사기 혐의 등으로 장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성악가 장씨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는 내내 '나도 피해자'라는 논리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기자의 해명 요청에는 "글쎄요. 나는 상관 없어요"라고만 답했다. 장씨의 '당당함'은 재판에 넘겨지고 1차 공판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5월 2차 공판에서 반전이 벌어졌다. 장씨가 법정에서 계속해서 큰소리를 치고 방청석에 앉아 있는 이씨를 향해 비웃기까지 하자 판사는 잠시 재판을 휴정하고 검사를 불러 무언가를 상의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재판 도중 장씨를 법정 구속했다.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구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갑작스러운 구속 결정에 놀란 장씨의 변호인은 "불량한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주의시키겠다"며 "다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는 6월 결심 공판에서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전부 인정했다. 이후 이달 선고 공판 직전까지 스무 번 가까이 반성문을 써내기도 했다. 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 김태은 판사는 사기와 강제집행면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채민수 변호사는 "최근 임대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유사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가급적 공인중개사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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