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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날 훔쳐본다, 찍어댄다…낮에는 드론, 밤에는 액션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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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3년째를 맞았다. 과거 유선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상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에서도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면의 그늘도 피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초연결로 표현되는 만큼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폭력, 해킹 등이 우려되며 정보 접근 정도에 따른 양극화 등의 부작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올바른 지능정보 사회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u클린 2017]<5>위협받는 내 영상정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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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 A씨는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느 날 TV 뉴스를 보던 중 한 사건의 범죄자가 지하철에서 내리는 장면이 나타났고 그 옆에 서서 책을 읽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이긴 했지만 지하철 문이 열리며 나타난 역이름 때문에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모습이 찍히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찝찝함과 불쾌함을 지울 수 없었다.

강력범죄, 테러 등 사회적 위협요인 증가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CCTV(폐쇄회로)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도구가 생겨난다는 점은 반갑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불편하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정보보호 문제다. 특히 최근에는 CCTV처럼 고정돼있는 기기뿐 아니라 드론이나 웨어러블 카메라처럼 이동하면서 찍을 수 있는 기기들이 늘면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맘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움직이는 카메라가 피사체를 쫓아다니며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불안을 줄이기 위한 영상 보안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더욱 커지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드론·액션캠이 찍은 내 영상정보는 안전할까=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특정 행위에 대한 인지 능력을 갖춘 지능형 CCTV를 활용한 관제 기술은 사후 신속한 처리뿐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한 용도로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민간분야에 설치된 CCTV는 약 795만대, 공공분야에 놓인 CCTV는 약 65만대로,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돼 PC나 스마트폰으로 사무실 혹은 가정 침입 상황과 반려견 등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IP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사생활 침해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주로 IP카메라 비밀번호 등이 해킹돼 벌어진 사고다. 특히 값싼 중국산 IP카메라를 사용하다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해외에서 운영되는 성인 관련 사이트에 한국 가정용 IP카메라를 해킹해 촬영된 사생활 영상들이 무더기로 공유된 사례까지 포착될 정도다.

최근에는 드론을 통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를 이르는 드론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망 산업분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드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얼마 전 드론을 활용해 여성이 혼자 사는 주택가 창문으로 내부를 촬영하다 발각돼 논란이 됐다. 또 드론을 해수욕장의 노천 샤워장 상공에 띄워 몰래 카메라를 촬영하는 사례가 나타나 소동을 빚기도 했다. 드론은 외부 해킹에도 취약하다. 무선 네트워크와 연결된 드론을 해킹해 원격 조정하면서 전쟁을 일으킨다는 구시대 영화의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해킹보안 컨퍼런스인 데프콘에서는 미국 보안업체 직원이 드론을 해킹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영상을 시연했다. 해킹으로 드론을 조작해 누군가를 몰래 감시하는 일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권현준 KISA 경영전략단장은 “드론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정보주체인 피촬영자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무단 유포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드론은 기존 영상정보 처리기와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촬영 주체가 누구인지 알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으로 개인영상정보 권리 지켜야” vs “규제만 늘어날 뿐”=영상정보는 다양한 정보 중에서도 개인을 즉각적으로 식별하기 쉬운 정보다. 의식하지 못한 채 찍히는 개인의 영상정보가 늘어나면서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이동형 녹화장치를 포함한 모든 영상기기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공개된 장소의 고정형 CCTV에 대한 규제사항만 있어 다양한 이동형 영상장치를 규제하기 한계가 있다.

개인영상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공개된 장소에서 의도하지 않은 개인영상정보가 수집된 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는 사후 열람 및 삭제요구권 등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영상정보란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해 촬영된 영상정보로서 초상, 행동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해당 영상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했을 때 알아볼 수 있는 것도 개인영상정보에 포함된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과 개입이 이동형 장치로 촬영을 할 때 빛이나 소리, 안내판을 활용해 촬영 중임을 알려야 한다. 드론처럼 안내판, 불빛 등으로 수집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홈페이지 고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자적 방식으로 표시해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거나 노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영상정보를 삭제, 모자이크처리 해달라고 요청하는 삭제요구권도 주장할 수 있다. 개인영상정보 침해사고 발생 시 침해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는 규정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 개인영상정보보호법은 정부 입법 절차에 따라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산업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다른 법을 만드는 대신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에 관련 내용을 편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기술적으로 보완해 가며 풀어가야지 규제를 앞세워 해결하려 해서는 곤란하다”며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하려는 업계에 부담부터 지워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지민 기자 dand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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