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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상 속으로] 네일·왁싱숍에 아저씨들 북적 … 뷰티시장 ‘남풍’ 타고 급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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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관리 나선 남성 급증

2년간 왁싱숍 남자 고객 643% 늘어

팔·다리 털, 수염, 이마 라인 정리

여친 따라 들르는 네일숍 옛말

손톱 자체보다 주변 굳은살 제거

직장인 몰려 남성 전용숍까지 생겨

청년 산업 뷰티숍 2030 창업

자격증만 따면 소액 자본으로 가능

네일아트숍 사장님 71%가 20~30대

“외모가 경쟁력” 남녀노소 따로 없는 손톱·털 가꾸기 붐

중앙일보

서울 서대문구의 네일케어숍에서 남성 맞춤형 손톱관리를 받고 있는 한상원씨. 최근 외모 가꾸기에 관심을 갖는 ‘그루밍족’이 늘며 남성이 뷰티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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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남성전용 종합관리숍. 이곳엔 점심시간을 활용해 찾은 남성 고객으로 가득했다. 8개의 ‘그루밍 시트’에 이미 손님이 가득했고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고객도 4명이나 있었다. 머리카락과 수염, 눈썹 관리에 이어 두피마사지 등의 각종 뷰티 서비스를 받기 위한 직장인 고객들이었다.

2주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김현중(38)씨는 “영업직군에서 일한다는 업무 특성상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 외적으로 청결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깔끔하게 잘 가꾼 외모는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늘며 덩달아 뷰티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루밍족’(패션과 미용 등 외모 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이 빠르게 늘며 남성 고객이 뷰티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올랐다.

특히 왁싱은 남성 수요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뷰티산업 중 하나다. 과거 일부 여성이 비밀스럽게 왁싱을 받던 것과 달리 최근엔 남성들도 왁싱숍을 찾아 팔·다리와 수염, 이마 라인을 정리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털이 ‘관리 대상’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2013년부터 매년 왁싱숍을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예전엔 남자가 왁싱숍을 찾는 걸 생각할 수 없었는데 최근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다리와 겨드랑이 등 노출이 심한 부위의 털을 관리하기 위해 왁싱 시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왕이면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한카드 빅데이터 트렌드연구소가 카드 결제정보를 토대로 추출한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왁싱숍을 찾는 남성 고객은 643% 증가했다. 남성의 왁싱숍 이용이 보편화하는 추세다.

네일아트도 남성 고객 비율이 증가하는 뷰티 업종 중 하나다. 남성의 경우 여성들과 달리 미용보다는 손톱 주변의 굳은살을 제거하는 등 손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한 고객이 대부분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14년째 네일케어숍을 운영 중인 민방경(35)씨는 최근 가게를 한 층 확장해 남성전용 네일케어숍으로 꾸미고 있다. 민씨는 “과거엔 일부 남성 고객이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가게를 찾는 정도였지만 최근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손을 관리하려는 남성이 늘고 있다. 특히 주말엔 남성 고객의 예약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남성전용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민씨의 네일케어숍을 찾은 한상원(23)씨는 손 곳곳에 자리한 굳은살을 없애고 손톱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토털 케어’를 받았다. 한씨는 “처음엔 남자가 손톱을 관리한다는 것이 조금 민망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손을 보니 무척 만족한다. 손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단정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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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성 뷰티 고객이 증가하면서 뷰티 시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사장님’이 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트렌드다. 특히 네일케어의 경우 소규모·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20~30대 ‘젊은 점주’의 비율이 높다. 젊은 남성 고객 입장에서 20~30대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을 찾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6년간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던 박지영(28)씨는 지난 4월 서울 은평구에 네일아트숍을 차렸다. 직원을 두지 않고 매장 관리부터 손님 응대, 네일 서비스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하는 ‘1인 숍’이다. 박씨가 2012년부터 몸담아온 미용실을 떠난 이유는 단순했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네일아트를 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박씨는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뷰티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특히 네일아트는 4년 전부터 취미 삼아 주변 친구들에게 해주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가 가게를 차리는 데 든 비용은 총 5400만원. 6년간 모아온 월급을 쏟아부어 ‘20대 사장님’이 됐다.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버린 데다 그간 모은 돈까지 모두 투자한 만큼 박씨의 각오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1시부터 나 홀로 12시간 동안 가게를 운영했다. 덕분에 오픈 첫 달 15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서서히 올라 지난달엔 600만원을 기록했다. 박씨는 “업종의 특성상 적은 돈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네일아트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 실력과 열정만 갖춘다면 충분히 ‘성공한 젊은 사장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강남역·목동·여의도·홍대 등 4대 상권 내 뷰티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네일케어의 경우 20~30대 점주의 비율이 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뷰티업종 중 하나인 피부관리숍의 20~30대 점주 비율(17.2%)과 비교했을 때 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임채현 네일연합회 이사는 “네일케어는 다른 뷰티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10평 이하의 작은 공간에서도 창업이 가능하다. 손님들도 대학생을 비롯한 20대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업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건 왁싱이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왁싱’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된 빈도를 확인한 결과 2012년 1월 528회에 그쳤던 언급량은 2013년 1월 1111회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5월엔 6816회를 기록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왁싱숍은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대의 이용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40대는 2015년 1월 대비 2017년 6월 이용건수가 618%나 증가했다. 20대의 이용건수도 2년 만에 4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60대의 이용건수도 286% 늘었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장은 “20~30대는 남성 고객의 증가 폭이 여성 고객 증가 폭보다 크고 40대 이상의 고객에서도 남성 고객의 증가세가 만만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 BOX] 여의도는 남성, 강남역은 20대 뷰티족 많아
‘남성 그루밍족’이 가장 많은 지역은 여의도였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카드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추출한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뷰티숍을 찾는 전체 고객 중 31%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트렌드연구소는 “여의도는 각종 금융사가 모여 있는 오피스 상권이라는 특성상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자기관리 트렌드에 민감한 남성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남역은 유독 20대 뷰티숍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0월부터 석 달간 서울 강남역·목동·여의도·홍익대 등 주요 상권의 뷰티숍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강남역의 경우 20대 고객의 비중이 55%에 달했다. 목동(29%)과 여의도(20%)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은 수치로 대학가인 홍대(36%)보다도 20대 고객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강남역은 다른 상권에 비해 20~30대 유동인구가 많고 새롭게 등장하는 업체가 가장 먼저 입점하는 ‘테스트베드형 상권’이라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대는 뷰티숍 평균 이용금액이 20만9000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목동의 경우 뷰티숍 1회 이용금액이 13만7000원이었고 여의도는 8만8000원, 강남역은 8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뷰티숍을 월 2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의 비율은 홍대가 8%로 가장 낮았고, 강남역이 13%로 가장 많았다. 이는 강남역과 여의도, 목동의 경우 ‘회원권’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뷰티숍이 많은 반면 대학가인 홍대는 주된 고객층이 대학생이라는 특성상 목돈이 필요한 회원권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트렌드연구소는 분석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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