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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혈세 낭비 막겠다면서 또 돈 보따리 푸는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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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따리를 푸는 선심성 정책이 또 하나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당정 협의에서 병사 급여를 2022년까지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재원을 내년 예산안에 적극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병사 월 급여를 내년에 올해 최저임금(월 135만2230원)의 30%, 2020년에는 4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5년간 4조9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당정은 병사 기본급식 단가와 예비군 훈련보상비도 50%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몇 주 새 80여조원이 들어가는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중기 근로자 휴가비 지원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산타클로스 정책’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된 것”이라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이 그런지는 의문이다. 대책을 낼 때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은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5년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것이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대선공약 이행에 필요하다는 178조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퓰리즘이 경제 원칙을 압도했다”고 했다. 야당의 비판이라고 흘려들을 계제가 아니다.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예산을 복지로 돌리기 위한 조정이다. 이면에는 돈이 모자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더 이상 정부 사업에 혈세 낭비라는 말이 없어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지출이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세출 구조를 바꿀 정도로 심한 자금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중장기적인 재정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국가채무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700조원을 돌파한 뒤 내년 말에는 722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예산을 푼다면 나랏빚은 더 빠른 속도로 늘 수밖에 없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하려면 중장기 국가 재정계획부터 내놓고 검증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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