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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남북 간 레드라인은 없다, 소모적 논쟁 그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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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레드라인(금지선)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레드라인은 미국 기준이며, 남한 입장에서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는데 안일하게 남의 나라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인식과 평가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은 미국 기준일 뿐이라는 인식부터 문제가 있다.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핵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는데, 그것이 한국과 무관할 수는 없다. 비록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위협은 될 수 없겠지만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완성단계로 가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야권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레드라인은 한국의 레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

북핵이 남한의 레드라인을 넘었는데도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주장은 공허하다. 물론 단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북한의 남한 핵공격 능력이 완성단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핵공격 못지않은 중대한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북핵만 강조할 수는 없다. 재래식이든 핵이든 북한의 다양한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면 야권이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의심한다는 말이 된다. 대안 제시도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위기를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관계에서 레드라인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겪으면서 언제든 작은 충돌 하나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지난 70여년간 남북은 언제나 레드라인을 넘어선 상태였다. 법적으로도 남북은 아직 전쟁 상태에 있다. 남북 사이에 레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다.

북핵 레드라인 개념 자체는 남북관계가 아닌 북·미관계에서 발원한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이 커지는 등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며 현재의 위기가 중첩되고 있는 현실을 왜곡해선 안된다. 야권은 현실을 바로 보고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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