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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양호 회장 부부 소환 초강수…이재용 소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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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택 인테리어 비리 개입 정황 확인

경찰, 배임·횡령 5억~30억으로 파악

출석 연기할 경우 영장 신청 전망도

총수 소환 경찰 부담 과거보다 줄어



재벌 총수 일가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 부부를 24일과 25일 각각 소환 조사한다. 애초 자택 인테리어를 직접 관리한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나 인테리어 공사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였던 딸 조현아씨 정도가 소환 대상으로 관측되었지만 경찰은 조 회장까지 직접 소환조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이 재벌 총수를 소환 조사하는 것은 2007년 아들을 위해 민간인을 상대로 보복 폭행을 저지른 김승연(65) 한화그룹 회장 이후 처음이다. 경찰이 ‘재벌 총수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서울 평창동 조 회장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비를 한진그룹 쪽이 떠안은 것과 관련해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회사 내부 관계자 등의 구체적 진술이 확보됐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 17일 한진그룹 건설고문 김아무개씨를 구속했고, 한진그룹 자재 담당이사 조아무개씨의 구속영장도 신청한 바 있다.

특히 건설고문 김씨는 한진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세운 호텔 공사기간에 맞춰 진행된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호텔 공사비용인 것처럼 위장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이런 일을 시킨 ‘범죄의 몸통’으로 조 회장을 의심하고 있다. 부인 이씨는 인테리어 업체의 카드로 직접 가구 등을 구매해 결재한 뒤 비용을 호텔 쪽에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조 회장 부부의 배임 및 횡령 혐의 규모는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에 이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횡령 규모가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출장 체류중인 조 회장이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럴 경우 범죄의 규모 및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경찰이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 소환 통보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 역시 조 회장처럼 회삿돈으로 한남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를 수년간 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이 회장 일가를 대신해 삼성물산 직원이 인테리어 업체에 수표로 모든 비용을 결재했기 때문에 경찰은 현재까지 수표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데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재벌 비리 청산과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사회적 관심이 커 경찰도 과거에 견줘 재벌 총수 소환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되느냐가 변수이지 소환 대상자가 누구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검찰도 이번 수사 건에 대해서는 영장 신청을 잘 받아들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7일 대한항공 본사를, 이달 7일에는 이건희 회장 한남동 자택 관리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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