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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겨레 사설] 헌법재판관에 ‘색깔론’ 이어 이젠 ‘정치색’ 트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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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판정 헌법재판관 자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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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장기 표류하는 가운데 이번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7일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헌재 중립성이 문제될 수 있다며 스스로 사퇴하든지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31일로 예정됐던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이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회의 헌법재판소장 인준 표결이 두달 이상 지체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헌재 구성 문제를 이렇게 정략적으로 연계해서 처리할 일인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6월8일 인사청문회까지 마쳐놓고도 김이수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에 소수의견을 냈다며 지금까지 표결을 미뤄왔다. 과거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조용환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것처럼 다시 색깔론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이다.

검사 출신인 이유정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으로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 진보적 변론과 소수자 인권옹호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왔다고 한다. 또 민주노동당(2004년)과 진보신당(2008년)을 지지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2011년)와 대선에선 노무현(2002년) 문재인(2012년)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두 야당은 이를 문제삼아 “15년간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사법기관이긴 해도 대법원과는 그 구성과 역할이 다르다. 설립 취지에 비춰 구성에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정치적 지향을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추천해 3인의 재판관을 선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여야가 추천한 재판관은 어떻게 중립성을 보증할 것인가. 당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지선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건 과도한 정치공세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태극기집회 주도 인사가 관계하는 기관의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표절’ 운운하는 것도 성급해 보인다.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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