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임기 중 30조6,000억원), 기초연금 인상(21조8,000억원) 등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복지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내년 정부 지출은 올해보다 5~7%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약 재원 조달을 위해 매년 평균 4.7%씩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 정도로는) 조금 미흡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추가 재정 부담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일보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역대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복지 확대라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복지정책의 속도와 재원 마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17일자 1면). 재정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산타클로스 정책’을 남발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계속 산타클로스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 설계된 것”이라며 “현재까지 발표한 복지 정책은 (추가 증세 없이) 충분히 재원을 마련해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을 비롯해 수백 조원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플랜은 제시하지 못했다.
당정은 우선 다른 재정 지출을 삭감해 추가 재원을 만들어 낸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당정협의에서 국토 난개발과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대폭 손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불요불급한 SOC 축소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천문학적 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번 설계된 복지 지출은 줄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로 현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문 대통령이 “국민 합의가 이뤄진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추가 증세를 포함해 중장기 복지 재원 대책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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