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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文케어 역설…교포들 "비용부담 적은 한국 가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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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정부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으로 민간보험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건보가 신규 적용되는 면역항암제 사용을 제한하면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한 말기암 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보장성 강화가 살인적 수준인 의료비를 부담하는 해외 교포, 특히 미국 교민들이 한국 병원을 더 자주 찾는 기회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역설을 낳고 있는 셈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8일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종합병원 이상급으로 높이고 질병도 폐암과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으로만 한정했다.

이처럼 건보 적용 대상자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이번에 제외된 기존 면역항암제를 쓰고 있던 환자들은 오히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위암·간암·대장암 등 말기 환자들은 그동안 민간 실손보험을 통해 전체 약값 중 일부만 부담하고 동네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면역항암제를 비급여로 처방받아 사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처방을 받으려면 대형병원을 이용해야 하는데, 대형병원에서는 치료 논거 부족 등을 이유로 면역항암제를 처방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면역항암제를 처방받는 다른 방법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설치돼 있는 요양기관에서 신청을 해야 하지만 최소 60일에서 90일까지 소요된다. 면역항암제로 항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은 "정부가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말기 암환자로 3~6개월 후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면역항암제로 1년 이상 잘 유지하거나 암이 호전된 상태"라며 "치료 효과가 있고 자비로라도 맞겠다는 환자들의 마지막 선택권을 박탈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임플란트(인공치아)는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의 본인부담금이 50%에서 30%로 축소된다. 미국은 직장인이 가입하는 민간 의료보험사가 5개에 달하고 개인별로 보험료가 별도로 책정되는데, 상당한 보험료를 내더라도 진료 때 내는 의료비는 상당히 높다.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한국은 보장성 강화가 워낙 잘돼 있어서 미국 교포들이 한국을 찾아 사랑니나 충치를 치료해도 항공권을 포함해 여행경비를 제외하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보장성 강화와 함께 건강보험료가 누수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실 1일 입원료는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은 현재 44만~45만5000원 선인데 복지부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1인 병실 이용을 중증 호흡기 질환자, 출산 직후 산모 등으로 제한하면서 본인부담금은 50% 정도 받을 예정이다.

이 경우 1인 병실 이용료는 20만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병원은 1인실만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 입원료가 1500~1600달러(165만~176만원)여서 병실료가 무서워 수술하고도 바로 퇴원을 하는 실정이다.

고가 의료장비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 부위에 따라 6만6000~53만원(동네 의원 기준)이지만 미국은 통상 2000달러(약 220만원)에 달해 엄두를 내기 힘들다.

해외 교포들은 3개월치 건강보험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국내 친·인척 명의로 병원을 찾아 불법으로 치료를 받아온 게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국내 병의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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