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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수한의 리썰웨펀] 김정은 옆 6년된 괌 사진 논란…핵무기 앞에서 진짜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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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논란의 발단은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공개한 김정은의 지하벙커 사진이다.

북한 언론은 이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받는 김정은 위원장 뒤로 벽에 걸린 3개의 지도 때문에 전 세계가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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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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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 등의 글씨를 알아볼 수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별 작전이 가능한 범위를 표시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지하벙커 공개…한국, 일본, 태평양 사진까지 비치=현재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중 스커드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약 300~700㎞)은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노동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약 1300㎞)로는 일본 전역이 타격 범위이고,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사거리 약 3500㎞)로는 괌을 폐허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최근 북한이 두 차례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도 사정권이다.

북한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소형 핵탄두를 이 미사일들에 실을 경우,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나 봤던 세계 핵전쟁과 지구 멸망이 먼 미래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북측의 사진 공개 이틀 후인 지난 17일 이 사진들 중 괌 사진이 6년 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또 한 번 국내외가 떠들썩해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7일북한의 조선중앙TV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 시찰 장면을 방영한 화면에 김 위원장 주변으로 괌에 위치한 미군 앤더슨 공군기지를 찍은 위성사진이 보인다면서 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진이 촬영된 시점이 2011년 전후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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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에서 포착된 미군의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성사진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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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에서 포착된 미군의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은 VOA가 공개한 구글 어스의 2011년 촬영 사진(왼쪽)과 거의 일치한다. 오른쪽 사진은 구글 어스가 2017년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6년 전 사진과 달라 보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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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는 조선중앙TV에 등장한 미군의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에서 중앙 윗부분에 좌우가 뒤바뀐 ‘ㄴ’자 형태의 녹지가 등장하는데, 구글어스를 통해 살펴보면 이 부분은 2012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더 이상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으며, 이후 비행기 계류장이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또 화면의 위성사진에는 북쪽 일대 건물 한 동이 튀어나온 형태를 하고 있지만, 2015년 이후 이 건물은 없어졌고 현재는 그 주변으로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의 공사부지가 조성된 상태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6년 전 사진이면 핵공격 못하나?’ 의문 증폭=“군(軍)이라면 가장 최신의 위성사진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는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 닉 한센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의 발언도 곁들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하벙커에 6년 전 사진이 있다는 점과 북한이 괌을 핵미사일로 타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6년 전 사진이 강조되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핵탄두가 떨어지면 인근 수㎞ 반경은 잿더미가 된다. 6년전 괌 사진과 현재 괌 사진에서 건물 몇 개가 생겨나거나 없어졌다는 점이 북한의 괌 핵폭격 여부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탄도미사일은 발사 당시 추력과 관성에 의해 날아가기 때문에 대략적인 낙착 지점을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떨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무인항공기처럼 비행 내내 좌표와 방향을 조종할 수 있어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다른 점이다.

즉, 탄도미사일 자체가 정밀타격작전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대신 광대한 타격반경을 가지고 있는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의 조합은 이런 단점을 상쇄시킨다. 괌에 떨어질 경우 섬 전체가 폐허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타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한 군사전문가는 “현재 지도와 6년전 지도에서 건물 위치나 크기가 변했다는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며 “김정은 지하벙커에 비치된 지도가 6년전 지도라는 사실은 다른 관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김정은 지하벙커에 6년전 지도가 있었다는 것은 지하벙커가 급조된 것이며, 북한이 내심 미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풀이가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은 지하벙커에서 발견된 괌 사진이 6년 전 것이라는 점은 지하벙커가 급조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괌 인근 공해상을 타격할 생각이 없으면서 ‘쇼’를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지하벙커에 6년 전 괌 사진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정일 사망 후 등장한 김정은이 권력을 손에 쥐자마자 괌 타격 준비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사망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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