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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조비리' 정운호 항소심서 징역 3년6개월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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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현직 부장판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2)가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18일 정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한 혐의 중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공여 부분을 무죄로, 배임 부분은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 부분은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공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배임죄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취득한 호텔의 객관적 가치가 공소장에 기재된 것과 같이 35억원에 이른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수성가해 기업을 키운 사업자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와 개인을 구별하지 못한 채 법인 자금을 마치 개인 돈인 것처럼 함부로 유용했다"며 "법을 경시하고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당심에서 일부 범죄 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걸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네이처리퍼블릭의 법인자금 18억원과 계열사인 SK월드 자금 90억원 등 총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대표는 김 부장판사에게 자사 제품인 '수딩젤'의 가짜 상품 제조자를 엄벌해 달라는 취지로 사건 청탁을 하고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와 검찰 수사관에게 자신이 고소한 사건 청탁과 함께 2억5500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도 받았다.

아울러 2010년 12월 자회사 세계홀딩스의 법인자금 35억원을 라미르호텔에 준공비로 빌려준 뒤 그 변제 명목으로 받은 35억원 상당의 호텔 내 유흥주점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받았다.

앞서 1심은 정 전 대표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국민의 사법 신뢰가 현저히 추락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16일 정 전 대표의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었지만 정 전 대표가 갑자기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면서 변론이 재개됐고, 선고도 연기됐다.

정 전 대표는 "저로 인해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데 저만 억울하다고 하는 게 도의에 안 맞다고 생각했다"며 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공여와 배임 액수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한편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전관예우'를 악용해 다수의 법조인에게 로비를 하면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를 촉발시켰다. 정 전 대표가 1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을 당시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47·27기)는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대표에게 사건 청탁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수수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8·17기)와 김 전 부장판사 역시 2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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