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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3년간 테러없던 스페인, 왜 공격 대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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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안전지대' 지위가 역설적 작용된듯

최근 테러 모의한 지하디스트 검거되기도

뉴스1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스 라블라스 번화가 일대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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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스페인마저 뚫렸다.

지난 13년간 유럽을 휩쓴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광기가 유일하게 닿지 않았던 곳,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7일(현지시간) 차량이 돌진, 처참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 50분께 흰색 밴이 바르셀로나 번화가이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 라스 라블라스 인도로 질주했고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바르셀로나 테러는 지난해 프랑스 니스, 올해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에 이어 차량을 살상 무기로 쓴 IS발 공격이다. 민간인에게 차량이 돌진해 벌이는 이른바 '소프트타깃 테러'는 IS가 최근 활용하고 있는 공격 방식이지만 그 장소가 테러 안전지대로 꼽혔던 스페인이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2004년 열차 폭탄 테러 후 이어진 '테러 무풍지대'

지난 13년간은 조용했지만 스페인은 현대 유럽사에서 가장 끔찍한 인명 피해를 낳은 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2004년 알카에다를 추종한 것으로 알려진 북아프리카 출신 극단주의 단체가 마드리드행 열차 안에 폭발물을 설치해 무려 191명이 죽고 2000명이 다쳤던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13년간은 지하디스트 공격이 발생하지 않는 유럽의 '테러 무풍지대'였다.

전문가들은 마드리드행 열차 폭탄 테러 이후 스페인 당국이 대대적으로 전개한 지하디스트 소탕전이 효과를 냈던 것으로 분석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이후 스페인이 잡아들인 지하디스트는 700여명으로 알려졌다. 2008년 탈레반과 연계된 지하디스트가 제2의 마드리드 열차 공격을 계획했지만 이 역시 당국이 미리 파악하고 공격을 막아냈다.

이와 더불어 스페인은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국가로 알려졌다. 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난 스페인 거주자 혹은 국적자의 숫자는 150명 가량으로 1000여명이 넘는 프랑스 등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다.

스페인 정부가 시리아에서 진행되는 서방의 대(對) IS 격퇴 공습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IS의 주요 타깃에서 비켜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스페인의 '테러 안전' 지위가 역설적으로 작용

그러나 최근들어 스페인의 '테러 무풍지대'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2015년 6월 이래 스페인에서 잡아들인 지하디스트가 180명 이상이다. 이후 스페인은 테러 경계 등급을 최고 5점 기준 4점으로 격상했다.

지난달 30일 스페인령 발레아레스제도 마요르카섬에서 행인에 흉기 공격을 계획한 지하디스트 일당 4명 중 1명이 체포됐다. 붙잡힌 모로코 국적의 용의자는 "순교자가 되기 위해 테러를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스페인이 최근들어 테러 위협이 높아진 건 지난 13년여간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안전성'이 역설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등의 테러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스페인은 꾸준히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관광지였다.

하지만 올해 초 지중해 인기 관광지에서 테러를 벌이겠다는 지하디스트 경고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스페인 차량 테러도 제1 관광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그것도 유동 인구가 많은 람블라스 거리에서 발생했다. 람블라스 거리는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바르셀로나의 '명동'과 같은 곳이다. 사상자 가운데 최소 18개국 국적이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스페인은 제노포비아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이지만 최근 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 숫자가 많아지면서 점차 이민자와 원주민간 갈등도 높아졌을 수 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에서 올해 스페인에 온 난민은 9000명인데 이는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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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돌진 테러가 일어난 뒤 아수라장이 된 바르셀로나 일대©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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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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