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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新미디어 ‘빅뱅’ 시작된다…페이스북·디즈니에 애플도 도전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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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자체 콘텐츠 제작에 1.1조원 투자

콘텐츠 소비 '지상파·케이블TV→스트리밍' 영향

플랫폼 강자 페이스북 및 콘텐츠 강자 디즈니도 가세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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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빅뱅’이 찾아오고 있다. HBO 등 지상파·케이블TV를 기반으로 한 전통 미디어 채널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소셜미디어 기반 채널이 혼재된 가운데, 애플과 페이스북, 월트디즈니가 자체 콘텐츠 생산·공급을 예고해서다. 플랫폼 강자인 애플과 페이스북은 자체 콘텐츠 확보에 나섰고, 콘텐츠 강자는 월트디즈니는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세계 시장에 먹히는 플랫폼도, 콘텐츠도 확보하지 못한 한국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강자의 미디어 전쟁을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 자체 콘텐츠 제작에 1.1조원 투자, 왜?

애플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TV쇼 ‘플래닛 오브 디 앱스(Planet of the Apps)’를 선보였다. 제시카 알바와 기네스 팰트로 등 헐리우드 여배우들과 마케팅 회사 베이너미디어의 게리 베이너척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사들이 동원됐지만 쇼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은 확신을 얻은 듯 하다. 애플은 16일(현지시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HBO가 자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쓰는 연간 투자액의 절반에 달한다. 최소 10개의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애플은 지난 수 년간 비디오 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애플은 10억달러 투자 발표에 앞서 지난 6월 2005년부터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을 맡아 온 제이미 엘리치와 잭 밴 앰버그를 영입했다.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다. 올해 말엔 애플뮤직을 통해 첫 시나리오 드라마 ‘바이틀 사인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애플이 미디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은 전통적인 케이블TV 사업이 스마트폰·태블릿PC 공급으로 넷플릭스, 훌루 등과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사업에 밀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올해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약 5100만명으로 케이블 가입자(약 4800만명)를 앞질렀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도 CNBC의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약 7900만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가 1억명을 웃돈다.

애플 아이튠즈 고객들이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으로 옮겨가면서 영상 콘텐츠 매출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 동시에 서비스 부문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2분기 애플 스토어 및 애플뮤직 등 서비스 사업 매출은 1년 전보다 22% 증가한 7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팀 쿡 CEO는 “서비스 부문 매출이 지난 4개 분기 동안 278억달러를 넘어섰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포츈 100대 기업의 규모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쿡 CEO는 올해 초 “2020년까지 온라인 서비스 사업 부문이 50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 넷플릭스·아마존에 도전장…계란으로 바위치기?

애플은 전 세계에 2700만명의 애플뮤직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과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지만 경쟁력 확보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만만치 않아서다.

우선 자체 콘텐츠 제작 예산부터 차이가 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올해 60억달러, 내년엔 70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최근 영화 ‘옥자’ 논란에서 확인된 것처럼 파급력도 갖췄다. 아마존 프라임은 투자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JP모건은 올해 45억달러 가량 투자될 것으로 추정했다. HBO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편당 제작비가 1000만달러를 상회한다.

다만 넷플릭스 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아마존 프라임이나 훌루에 동시 가입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허브 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 해 넷플릭스 가입자 중 45%가 더 많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훌루 구독을 추가했다. 33%는 같은 이유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함께 구독했다. 애플 역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중복 가입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인정받으려면 최소 한 건의 성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 역시 자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을 계기로 영향력을 대폭 키운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궁극적인 목표는 HBO의 왕좌의 게임과 같은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라며 “브랜드 효과와 글로벌 파급력 등에 힘입어 애플은 전통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가 혼재된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디즈니도 가세…미디어 ‘빅뱅’ 예고

최근엔 월트디즈니와 페이스북도 각각 독자적인 유통 채널과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WSJ는 페이스북이 올해 늦여름 방영을 목표로 TV쇼 수준의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에피소드 한 편에 300만달러를 투자하겠고 밝혔으며, 가급적 콘텐츠를 자체 소유하는 방향으로 헐리우드 제작사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해 온 디즈니도 지난 8일 2019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 유통 업체들이 방송 수신 중단, 이른바 ‘코드 커팅(cord-cutting)’을 일삼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디즈니는 넷플렉스에 내년 말까지만 콘텐츠를 공급키로 했다. 디즈니는 자체 플랫폼이 구축되고 나면 ‘토이스토리4’와 ‘겨울왕국2’ 등 디즈니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결별 선언 이후 만화 출판사 밀라월드를 인수해 콘텐츠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미국 넷플릭스 시청률의 30%를 차지하는 디즈니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업계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 기업 모두 플랫폼 강자 또는 콘텐츠 강자인데다,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익 악화가 자체 사업에 나선 주된 원인이어서 고객 유치를 위한 치열한 ‘파이 싸움’이 예상된다. 한편 애플의 미디어 시장 진출은 HBO와 넷플릭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는 앱스토어 수수료 15%를 위협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연간 243억 5000만달러의 돈을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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