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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억 아파트 9억도 빌려줘요"…규제 비껴간 P2P 주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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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통하면 LTV 규제 적용 안 받아…LTV 80% 넘는 상품도 4시간만에 투자금 절반 모집]

8·2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자 P2P(개인간 거래)업체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은 물론 2금융권까지 대출규제가 적용되지만 대부업으로 등록된 P2P업체는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업체인 어니스트펀드는 이날 5억100만원 규모의 아파트 담보대출 투자상품을 내놨다. 서울 잠실과 영등포를 비롯해 인천, 대전, 광주 등에 있는 10개 아파트를 한데 묶어 투자자를 모집한다. 금리가 연 11%에 달하는 이 상품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투자자 모집을 시작해 4시간만인 오후 2시까지 절반 가까운 2억4000만원을 유치했다.

각 아파트별 대출금은 18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다양하다. 다만 집값 대비 대출 비중은 76.6%에서 84.9%로 정부가 적용하고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크게 웃돈다. 은행 등에서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은 뒤 모자라는 자금을 P2P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패키지 상품에 담보로 포함된 감정가 12억원짜리 서울 잠실 아파트의 소유주는 이미 8억원의 담보대출이 있는데 추가로 1억원을 더 빌리기 위해 P2P를 이용했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6.19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 아파트, 빌라 등 주택 21개를 하나로 묶어 부동산 패키지 상품 1호를 출시했는데 투자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며 “이달 들어 주담대 대출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로만 구성된 2호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P2P업체에 주담대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LTV가 40%로 낮아져 모자라는 자금을 빌리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P2P업체는 대출규제를 받지 않아 은행에서 LTV 40%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받고 후순위로 나머지 금액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투게더펀딩도 이날 감정가 11억4000만원의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한 아파트를 담보로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선순위 대출 3억원이 이미 있는 상태로 추가로 5억원을 더 빌려주기 위한 투자상품이다. 투게더펀딩을 통해 5억원을 더 빌리면 이 아파트의 LTV는 70%가 넘는다.

부동산 P2P업체 한 관계자는 “P2P 주담대의 경우 LTV가 적용되지 않아 차주의 신용등급에 따라 아파트 시세 대비 최고 95%까지 빌릴 수 있다”며 “연 5~15% 수준의 중금리를 적용해 대부업체에 비해 대출금리가 낮은 데다 대출 절차도 복잡하지 않아 8.2 부동산대책으로 대출한도가 줄어 곤란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LTV가 높은 P2P 주담대의 경우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연체가 발생하면 담보로 잡을 주택을 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P2P 주담대는 후순위라 대출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P2P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로 P2P업체들이 대출 수요를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져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P2P업계 스스로 적절한 대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고 투자자도 LTV를 따져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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