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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1일 99년만에 90분간… 美대륙 가로지르는 ‘개기일식’ 우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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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일식 추적자’들 들썩

오리건주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관통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 명명

한 장소서 2분 30초 정도 관찰가능

한국천문연구원도 일식 추적 동참

차세대 코로나그래프 성능 시험나서

NASA 우주선 11대-비행기 3대 띄워

시민촬영 영상 앱에 업로드도 진행

일식 때 일어나는 동물 반응 기록도

동아일보

21일 오전 미국 대륙을 관통하는 지상 최대의 우주쇼가 펼쳐진다. 개기일식이 미국 위를 지나가는 건 99년 만의 일. 과학자들은 달이 태양의 광구를 가린 뒤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의 대기층 ‘코로나’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에서는 21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태양이 잠시 모습을 감출 예정이다. 지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른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어둠이 찾아오는 것이다. 미국 대륙에서 90분간 펼쳐지는 개기일식에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 대륙을 완전히 관통하는 일식이 99년 만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태양의 대기 ‘코로나’ 관측 적기

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며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특히 달이 태양 전체를 가릴 때 개기일식이라 한다. 21일 오전 10시 16분(태평양 표준시·한국 22일 오전 2시 16분)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서 시작한 일식은 시속 2735km의 속도로 미국 대륙을 횡단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를 거쳐 오전 11시 48분 사라진다.

한 장소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2분 30초 정도. 과학자들은 태양이 사라진 찰나의 순간에 태양의 비밀을 포착하려 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릴 때 평소 밝은 빛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던 태양의 대기층 ‘코로나’를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일식 추적에 동참했다. 코로나 관측을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의 성능 시험을 위해서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관측 망원경에 부착해 인공적 개기일식 현상을 만드는 장치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광구를 가리기 위해 태양 직경 2배 이상의 면적을 차폐기로 가린다. 하지만 개기일식 중엔 달이 태양의 광구만을 가리기 때문에 낮은 고도의 코로나까지 관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나사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를 202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해 코로나의 온도, 속도,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측정할 계획이다. 조경석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기존에 사용하던 유럽우주국 개발 코로나그래프는 코로나의 형태학적 관찰만 가능했다.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보다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코로나 물질 방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늘과 우주에서도 일식 추적 이어져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자들은 유명인들의 전용기로 많이 쓰이는 ‘걸프스트림’을 개조해 13.7km 상공에서 일식 관측에 나선다. 비행기를 활용하는 이유는 더 오래 일식을 관측하기 위해서다. 시속 1100km의 항공기가 일식을 따라가면 지상보다 긴 4분 정도의 시간 동안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항공기 천장에 뚫린 가로 15cm, 세로 23cm의 창문을 통해 코로나가 방출하는 플라스마를 분석해 우주 날씨 예측력을 높이려 한다. 이 결과는 플라스마가 인공위성을 활용한 통신을 교란하는 통신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는 기초연구로 활용된다. 또 나사는 2대의 고고도 항공기 ‘WB-57F’를 띄워 초당 30장의 고화질 이미지를 찍으며 코로나의 궤적을 3분 30초간 쫓는다.

우주에서도 관측은 이어진다. 나사는 달정찰위성(LRO)으로 개기일식 중 달의 그림자에 가려진 지구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나사는 이번 개기일식 때 총 11대의 우주선과 3대의 비행기,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운다. 캐리 블랙 미국 NCAR 연구원은 “99년 전보다 관측기술이 발달해 인류가 이렇게 대규모로 태양을 관측하는 기회를 얻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구 전체가 대규모 자연 실험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 참여로 완성되는 일식 추적

지상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로 더 많은 과학적 발견을 노린다. 미국 음향기기 기업 매킨토시가 이끄는 ‘이클립스 메가무비 프로젝트(Eclipse megamovie project)’가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각자 스마트폰, 망원경,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일식의 모습을 애플리케이션(앱)에 업로드하면 매킨토시가 이를 모아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정보는 과학자들이 태양의 크기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자료로 쓰인다. 미국 국립태양관측소(NSO)도 시민들이 촬영한 이미지를 90분의 영상으로 제작하는 ‘시티즌 케이트(Citizen CATE)’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시민들은 일식 중 지구에 일어나는 변화도 기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CAS)의 ‘라이프 리스폰스(Life responds)’ 프로젝트는 일식이 벌어지는 동안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모은다. 시민들은 ‘iNaturalist’라는 앱에 관찰한 동물의 변화를 기록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는 일식 중 야생동물의 소리를 수집해 ‘일식 사운드스케이프(eclipse soundscape)’라는 앱으로 제작한다. 헨리 윈터 스미스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일식 때 일어나는 동물들의 반응을 시각장애인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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