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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본 전범기업에 책임 묻겠다" 소송 합류한 징용피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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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승소 소식 듣고 시민단체에 문 두드려

"징용피해자들 80∼90대 고령…대법원 빨리 판결해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해방이 됐지만 일본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어요. 기회가 있다면 저도 소송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에 지난 16일 구순을 바라보는 촌로가 들어섰다.

연합뉴스

72년 만에 다시 만난 강제노역 피해자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연합뉴스]



전남 나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정신영(87) 할머니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가족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잇따라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용기를 내 먼 걸음을 뗐다.

10대 초반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된 정 할머니는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불렸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방 후 지금까지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시민모임은 나주초등학교 한 학년 터울로 정 할머니와 함께 징용당한 양금덕(86) 할머니에게 정 할머니의 방문 소식을 알렸고 이들은 72년 만에 해후했다.

세월의 간극 탓에 두 할머니는 한동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가시와야 노부코'라는 정 할머니의 일본식 이름에 잊고 지냈던 기억을 되찾았다.

시민모임은 2015년 6월 양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고등법원 승소 판결 때도 목포에 사는 한 징용피해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단체의 활동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화를 걸어온 강제노역피해자도 있었다.

다만, 시민모임에 간헐적으로 연락해온 이들 모두가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정 할머니 또한 지금은 적극적으로 법정 투쟁에 나설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소송이 언제 성사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한 분, 한 분씩 소송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소송을 이어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조속한 대법원 판결이 필요하다"며 "고령에 접어든 강제노역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법적으로 다퉈볼 기회 자체가 봉쇄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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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로 끌려갔던 시절의 사진을 살펴보는 정신영 할머니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연합뉴스]



17일 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은 모두 14건이다.

시민모임이 주도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소송은 1·2·3차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다.

양 할머니 등 5명이 제기한 1차 소송은 1·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며, 2015년 7월 미쓰비시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2·3차 소송은 이달 11일과 8일 각각 열린 1심 선고에서 강제노역피해자와 유가족이 모두 승소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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